[뷰파인더 너머] (206) 가시밭길을 지나며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힘든 일이 찾아올 때마다 ‘가시밭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10대 후반, 기자가 되고 싶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간 한 선배는 ‘가시밭길’이라며 나를 만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선배의 한마디가 와닿았다. 견고하다고 믿었던 몸과 마음은 쉽게 금이 가고 망가지기 일쑤였다.


반복되는 침식에 체념했을 무렵 영화 <브루탈리스트>를 접했다. 세상과 사람에 상처받은 건축가 라즐로 토스는 뒤틀린 신념의 건축주와 함께하며 울고 웃기를 반복한다. 모진 시련에도 왜 건축을 택했는지 묻자 라즐로는 시간과 풍파를 견디고 살아남을 자신의 창조물을 말했다. 수년간 이어진 가시밭길에도 그는 끝내 자기 작품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일에 싸였던 그의 작품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는 것을.


집에 돌아와 커튼을 걷자 어두컴컴한 방 가득 빛이 쏟아졌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 저편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창문 너머 펼쳐진 풍경에 라즐로가 견디며 완성한 작품이 떠올랐다. 비를 맞아 흠뻑 젖은 옷은 잊은 채 한참 동안 그 풍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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