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에 한 번 나올 대통령감"… 어느 선방위원의 댓글들 보니

SBS 기자 출신 김문환 전 위원
김 "사적 댓글, 공적 영역과 별개"
혐오성 발언·성폭력 댓글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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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10 총선 때 방송사에 무더기 중징계를 내린 김문환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이 당시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고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비방하는 댓글을 써온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위원은 자신의 편향성이 심의 공정성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혐오 표현과 여성 정치인을 향한 성폭력 댓글에는 사과했다.


김 전 위원이 최근 2년 동안 포털 네이버 기사에 단 댓글 수백 개를 보면 그는 선방위원을 맡기 1년여 전부터 한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추켜세웠다. 한 전 대표가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정조가 정약용을 보고 백년에 한 번 나올 재상감이라 했다. (한동훈은) 백년에 한 번 나올 대통령감”이라고 적기도 했다.

김문환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이 포털 네이버에 작성한 댓글. 김 전 위원이 다른 댓글에서 스스로 신분을 밝히면서 댓글 이력이 드러났다. 김 전 위원은 여러 차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댓글을 달아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김 전 위원은 선방위 활동 중에도 “한동훈 외 대한민국은 대안이 없다”는 등 댓글을 달았다. 피심의기관인 채널A가 한동안 한 전 대표를 우호적으로 보도하자 “채널A가 최고”라고도 썼다. 선방위는 심의 공정성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가 위원을 추천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달리 사회 각계의 추천으로 구성한다. SBS 기자 출신으로 당시 성신여대 초빙교수였던 김 전 위원은 방송기자클럽 추천을 받아 위촉됐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른바 ‘찢재명’으로 부르고 저속한 표현으로 비난했다. 지난해 1월 피습 사건 때는 “100% 자작극”이라며 반복해 주장하다가 피의자가 붙잡히자 “의인”이라고 했다. 공무원이나 법관의 경우 인터넷에서의 익명 활동이더라도 부적절한 언행이 드러나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사유가 된다. 네이버는 악플 방지 정책으로 댓글 이력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김 전 위원은 한 전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을 보도한 MBC에 최고 수위 법정 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주장했다. 의견진술에 출석한 MBC 측은 비이재명계 인사는 공천받지 못한 ‘비명횡사’ 비판도 균형 있게 전했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김 전 위원이 비명횡사는 평가나 논란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라며 흥분하는 바람에 백선기 위원장이 발언을 막아야 했다.


김 전 위원은 “인간 김문환의 자유로운 댓글과 공적인 심의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또 사천 논란 당사자인 윤희숙 전 의원과 한 전 대표는 인연이 없어 심의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BC는 두 사람 사이 사적 이해관계를 주장한 적이 없다. ‘낙하산 공천’이라고 보도했을 뿐이었고 정치권에서도 낙하산 공천과 사천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진 않는다.


김 전 위원은 피심의 방송사인 MBC, YTN, TBS 등을 두고는 폐방하라거나 민영화하라고 댓글을 썼다. 이외에도 제주항공 참사에 “찢을 옹호하는 전라도 너무 싫다”, 세월호 추모에 “구역질 나는 기사”, 민주노총 집회에는 “기총사격이 답”이라고 썼다. 기총소사는 헬기에서 지상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행위를 뜻한다.


민주당의 한 여성 정치인을 향해서는 구체적인 성폭력을 언급했다. 한강 작가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자 “정신 나간 여자”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은 윤 전 대통령 체포에도 반대했다. 그는 “부적절한 표현을 한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관계인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법적 책임도 묻는다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활약한 4·10 총선 선방위에서 내린 무더기 제재는 방송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으로 4일까지 19건 중 7건이 취소됐다. 제재 수위가 과도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때는 최소한의 수단만 쓰라는 법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에 경고를 주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최대한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는 김 전 위원은 3심까지 제재가 취소되더라도 다시 선방위원이 되면 최고 수위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은 표현의 자유보다 공정성이 우선한 가치라며 과잉 제재가 가능한 근거로 BBC 칙허장을 들었다. 하지만 칙허장에는 독립성과 공정성 등 BBC가 지켜야 할 여러 의무가 규정돼 있을 뿐이다. 더욱이 BBC 편집 지침에서는 공정성이 표현의 자유와 거리를 두라는 뜻이 아니라고 정의하고 있다. 두 가치가 우열을 따지기보다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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