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 간 오차가 크게 나타나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방법론이나 결과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샤이 보수층’, ‘높은 사전투표율’이란 요인과 더불어 ‘박빙’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거 구도가 상대적으로 큰 오차를 만들며 여러 지적이 잇따른 모양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한국방송협회에 공동예측조사위원회를 꾸리고 21대 대선에서도 공동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3일 출구조사 결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51.7%,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9.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7%,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3%로, 당선인과 순위를 맞혔다. 16대 대선부터 시작된 전국단위 출구조사에서 6차례 연속으로 정확한 예측을 한 결과였지만, 후보별 득표율은 과거보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실제 득표율은 이재명 49.42%(예측보다 -2.28%p), 김문수 41.15%(+1.85%p), 이준석 8.34%(+0.64%p), 권영국 0.98%(-0.32%p) 등이었다. 이번 출구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p였는데 1·2위 후보의 득표는 이 범위 밖이었다. 역대 대선 공동 출구조사에서 예측치와 후보 득표율 간 가장 큰 차이가 1.6%p였던 것과 비교해도 큰 편이었다. 19·20대 대선에서 순위는 물론 수치 모두 소수점 첫 자리 내 오차에서 정확히 예측하며 화제가 된 터 이번 출구조사를 두고 여러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원인 중 하나론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이번 선거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출구조사 응답을 회피하거나 왜곡할 소지가 있었던, ‘샤이 보수’ 현상이 거론된다. 또 출구조사는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 기간엔 금지되고, 본투표 당일 유권자만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서 오차가 더 생겼을 수도 있다. 사전투표의 경우 전화조사 등을 통해 사후 보정해 표심을 반영하는데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사전투표율 등이 예측을 더 어렵게 했을 소지다.
다만 이런 오차는 출구조사 내용이나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이번 대선 출구조사는 ‘족집게’ 정확도로 화제가 된 20대 대선과 같은 설계·규모로 진행됐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순위를 맞히는 덴 문제가 없지만 한쪽으로 쏠린 선거에서 오차가 예측보다 더 나는 일은 있어왔다. 통상 선거에서 광주나 대구의 경우 순위는 분명한데 득표율 차이가 더 생겼던 게 대표적 사례”라며 “경합도가 높은 선거에선 유권자들이 의사표현을 분명히 해서 오히려 예측이 정확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과 동일한 방법론을 썼지만 매번 선거마다 분위기가 있다. 총선 출구조사에서도 한번 바람이 불면 여당야당 하나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다 틀리는 일이 있어왔다. 254개 지역구 중 보통 15개 전후를 틀리는데 정당별 의석수를 범위로 알려줄 땐 30개가 틀린 게 된다”며 “조사분석 업체에서 결과보고서가 제출되면 자문위원 등과 평가회의를 하고 백서를 만드는 일정이 6월 진행돼 마무리된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나 3년 후 총선에서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 대비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TV조선을 제외한 종합편성채널에서도 투표 종료와 함께 예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MBN은 이재명 49.2%, 김문수 41.7%, 이준석 7.8%의 예측결과를 내놓으며 화제가 됐다. 유일하게 이재명 대통령의 ‘과반 미달’, 김문수 후보의 ‘40%대’ 득표를 예측해낸 MBN 내부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예측조사의 실효성을 분명히 체감했고 향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실무를 담당한 이성수 MBN 정치부장은 “전화면접 방식으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유권자 응답 등을 살피며 필터링에 상당히 신경 썼다. 특히 보수가 지지 후보를 밝히기 어려운 국면을 고려하고 사전투표 열기가 꺾이는 사건사고 등 전체 선거 맥락을 읽고 데이터 안에서 최대한 반영하려 한 게 주요했다고 본다”며 “처음엔 우리만 (이재명 후보가) 과반이 안 된다고 예측해 상당히 부담스러웠는데 여러 고심에 운이 따르며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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