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언론 생존위기 해법과 소통 파트너십 마련하길

[21대 대선 종료, 새 대통령에 바란다]
전 정권 언론장악 진상조사와 함께
규제 완화·지역언론 지원책 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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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이 확실해진 3일 밤 11시50분쯤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탄핵된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짧았고, 그마저도 국회와 긴장관계 일변도로 언론·미디어 정책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미디어 부문은 정치적 전선(戰線)화 됐을 뿐 민주주의 내 언론 역할에 집중한 법·제도 개선이나 시대 흐름에 대응한 변화는 도외시된 게 현실이다.


‘비상계엄’ 후 첫 집권한 새 정부는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무거운 과제를 안았다. 2024년 12월3일은 이 사안이 언론과 멀지 않음을 방증한다. 혼란스럽던 그날 국회로 달려가 군인을 막았던 시민들 옆엔 밤새 계엄 소식을 전하고, 호외를 배포하고, 계엄군에게 포박을 당한 언론, 기자가 있었다.


이 역할을 지키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뭘 해야 할까. ‘생존 위기에 처한 언론’에 전향적 해법을 이행하고, 이전 정권의 ‘언론탄압 진상규명’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당선인의 언론관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요 시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언론과 ‘소통·통합의 파트너십 구축’을 이뤄낼 방안에도 답을 내놓을 때다.

‘생존 위기’ 언론 지켜야 언론 역할 지킬 수 있어

언론은 현재 언론산업 사양화에 따른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 유료방송, PP 등 361개 방송사업자의 2023년 총 방송광고매출액은 지난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상파 3사의 감소폭이 컸는데 전반의 추세가 2014년 이후 꾸준했다는 게 위기의 본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신문업계도 사정은 비슷했다. 2023년 종이신문 매출액은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신문산업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6.4% 증가했지만 이는 인터넷신문 수 급증에 따른 것이었다. 매출 상승을 주도한 인터넷신문 3분의 2는 1억 매출 미만의 영세업체로 구조적 한계가 여실했다. 코로나19 당시 매출 상승이 없었다면 10년 연평균 성장률(1.4%)은 ‘0’ 이하로 수렴됐을 소지가 크다.


이 재난과 같은 현실은 올해 달라졌을까. 12개 지역 MBC와 9개 지역민방의 2023~2024년 경영실적을 살핀 지난 4월 본보 보도에선 대다수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결과가 확인됐다. “방송광고 시장은 계속 하락세”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재명 당선인은 언론 공약에서 ‘방송미디어 규제 완화’, ‘지역·중소방송 지원확대’ 등을 언급했다. 관련 매체들에겐 호재이지만 근원적 해법은 아니다. 신문 지원은 언론진흥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등 기존 지원책 외 언급 자체가 드물었다.


무엇보다 정부의 언론지원에 대한 전향적 시각이 요구된다. 코로나19 당시 유럽국가들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대규모 지원을 했다. 별도로 프랑스, 룩셈부르크는 ‘저널리즘에 대한 투자’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언론지원에 편성(언론재단 정책리포트, 2023년)한다. 핵심은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인)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그를 위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언론산업과 종사자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적절한 진단과 정책방향에 대한 상상력,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이 확실해진 3일 밤 11시50분쯤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내란 정권 ‘언론장악’ 엄정한 진상조사로 정상화 계기

윤석열 정권에선 언론장악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임기 내내 이어졌다. 이 시기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81개국 중 60위대에 머문 순위 하락을 겪었다. 이에 대한 엄정한 진상조사는 더 이상 구태를 반복하지 않고 민주주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통위 체제는 시종 언론장악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KBS와 MBC, EBS의 사장을 바꾸려는 시도, 공공기관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이뤄진 YTN 민영화 및 최대주주 변경 과정의 위법·졸속 논란 등은 대표적이다. ‘친야’ 방송을 해왔다는 이유로 TBS는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해제돼 폐국 위기를 맞고 있다. ‘민원 사주’ 의혹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언론통제, 정치심의 비판을 지속 받아왔다.


특히 진상조사는 관계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법·제도의 미비함을 살펴 제도 전반의 개선 계기로 삼을 필요가 크다. 정치권의 자장에서 공영방송 독립성이 훼손돼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방송3법’을 추진 중인데 여타 언론장악 시도가 가능했던 절차의 미비함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비로소 정상화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존위기를 맞은 언론산업에 대한 지원이 언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소통·통합의 언론관 보여줘야 할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은 5월27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회 후 “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든, 지지하는 사람이든, 무관심한 사람까지 대한민국 국민으로 존중하고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고 함께 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늘 국민 통합이란 목표를 요구받지만 내란 이후 이재명 정부는 특히 무거운 과제를 받아든 셈이다.


언론이 국민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그간 이 대통령의 언론관은 통합과 거리가 있었다. 2017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그는 가족 관련 왜곡 보도를 이유로 TV조선에 “독극물 조작언론”, “반드시 폐간시키겠다”고 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시점엔 스캔들 의혹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다 이후 MBC와 생방송 인터뷰를 중단했다. 2024년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뒤엔 기자들에게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 조작을 하고 있지 않나”라고 해 언론단체 사과요구가 나왔다. 선거운동 국면에선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실제 사례를 조작 왜곡하는 것에 대해선 특별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2일 기자회견)고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기자들의 우려를 기우로 보긴 어렵다. 민주당 정부와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된 국회란 정치 구도에서 보도활동 위축 소지도 존재한다. 차후 대통령실 출입매체 요건이나 기자실 운영방식, 기자회견 횟수는 물론 국정운영 관련 충돌, 징벌적 손배를 포함한 언론중재법 개정 등 갈등 요인은 많다. 다만 언론과 비생산적인 갈등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시키는 일은 국내외에서 드물지 않았다. 언론과 맺는 소통·관계의 방식이 “통합의 대통령”으로서 출발점이자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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