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벽보 사진이다. 사진은 선명하지만, 후보들이 내세운 고유의 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부는 색이 검게 타 얼굴조차 식별이 어려울 정도다. 후보정의 결과다.
한 보도사진 심사위원은 사진에 적용된 보정 방식에 대해 “문제없다”며 대비의 적극 활용을 권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단순한 대비 조정을 넘어, 샤프니스(선명도)와 클라리티(명료도)가 최대치로 적용돼 있다. 그 점은 짚지 않았다.
예술사진이나 광고사진이라면 후보정은 창의적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도사진은 다르다. 해외 통신사 로이터는 과도한 후보정을 해고 사유로 규정한다. 월드프레스포토 역시 심사 규정에 따라 색정보를 파괴하는 수준의 보정은 결격 처리한다. 사진 교육에서도 후보정은 절제가 기본이라고 가르친다.
최근 재난 현장에서 촬영된 수상작 역시 과도한 보정으로 논란이 됐다. 같은 장소에 있었던 동료 기자는 말했다. “그날 하늘은 이렇게 파랗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보정을 하나 싶었다.” 보도사진의 본질인 ‘기록’의 의미가 후보정의 개입으로 훼손되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조미료 사용을 적극 권장한 외식 사업가가 있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졌지만, 건강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뉴스라는 천연 재료를 기자의 절제된 시선으로 조리해 내야 한다. 후보정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의존하면 사진 본연의 맛은 무뎌진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개인의 양심에 맡겨져 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논란은 그러한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법과 규정은 이런 사례들을 계기로 조금씩 촘촘히 만들어져 왔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국내 보도사진의 신뢰와 가치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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