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날씨 스케치를 좋아한다. 집요하게, 조금은 애타는 마음으로(?) 길을 지나는 사람을 바라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또 재밌는 것은 계절마다 겹치는 취재라 똑같은 걸 찍는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비 스케치를 하기 위해 거리의 풍경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그날은 희한할 정도로 비가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하도 비가 오락가락 내려서 당황한 사람들이 보였다. 접어놨던 우산을 황급히 꺼내거나 한 우산을 두 사람이 같이 나눠 쓴 모습을 위주로 취재했다. 보통 비가 내리면 사람들에게서 불편한 표정을 목격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해맑게 웃는 얼굴이 많았다. 반복되는 날씨에도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취재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낼 때는 지나치기 쉽지만, 취재를 명목으로 시간을 들여 관찰하면 늘 다니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진다. 스케치를 하며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같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어제의 나는 죽었고 오늘의 내가 새로 태어난다. 시공간이 똑같이 흐른다고 착각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의 사물은 은근하게 매일 달라지고 있다. 언제나 갓 태어난 아이처럼 낯선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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