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권리보호, 지속 가능한 AI산업 발전 필수조건"

국내 15개 창작자 단체 공동성명… 'AI 기본법' 보완입법 촉구
"AI 학습 창작물 투명하게 공개,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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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 두아 리파, 콜드플레이 등 영국의 유명 예술인들이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창작자의 사전 동의 없이 저작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총리에게 보내 눈길을 끈 가운데, 국내 창작자 단체들도 국회와 정부를 향해 저작권 보호 대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문학·방송·영화·음악·미술·사진 등 각 분야의 창작자를 대표하는 15개 단체는 1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기자회견장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해 ‘AI 기본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창작자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빠른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국내 주요 분야 15개 창작자 단체는 1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기자회견장에서 공동 성명 발표식을 갖고 내년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의 조속한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방송협회

일명 AI 기본법이라 물리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지난해 1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 1월21일 공포됐으며, 내년 1월22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AI 산업 지원 및 규제를 위한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신속히 입법이 이뤄졌으나, 저작권 보호와 투명성 확보 등 보완 입법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창작자 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현행 AI 기본법에 대해 “AI의 ‘건전한 발전’, ‘신뢰 기반 조성’,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라는 법률적 입법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AI가 다양한 유형의 창작물에 대해 광범위하고 무단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저작권 준수 정책이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단체는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향후 국가경쟁력의 성쇠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눈앞의 산업 진흥에만 몰두하여 AI 발전의 진정한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물에 대한 보호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닐뿐더러 창작 생태계까지 붕괴시키는 복합적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AI 기술이 인간의 창작물에 기대어 발전하는 한, 창작자 권리 보호는 AI 산업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본이자 필수조건”이라면서 “AI 산업과 창작자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및 자발적 노력이 활발히 추진” 중인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유럽연합은 EU 저작권법 준수 의무를 명문화함으로써 책임 있는 AI 활용을 촉진하고 있고, 미국도 AI 개발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의무사항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주요 AI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학습에 활용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창작자는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가 AI 학습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확인 방법이 전혀 없으며, 만약 피해가 의심되어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거대 기업을 상대로 무거운 입증책임을 지고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분야 15개 창작자 단체는 1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 기자회견장에서 공동 성명 발표식을 갖고 내년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의 조속한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방송협회

이에 창작자 단체들은 저작권 침해 실태에 대한 긴급한 대책이 요구된다면서 △AI가 학습한 창작물에 관한 투명한 공개 및 저작권법 준수 의무 △AI 학습에 활용된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등을 AI 기본법에 조속히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술 발전에만 집중한 채, 창작자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경주마식 진흥 논리와 제도 추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등 15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편, 영국에서도 최근 예술인과 문화계 인사 400여명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창작자들이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AI 기업들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법안에 반대하며, AI 기업이 학습에 사용한 저작물 목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수정안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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