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02)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기자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봄이 찾아오면 막걸리와 안줏거리를 챙겨 늘 가던 곳이 있었다.


겨릿소(안소·마라소)가 겨리질(두 마리의 소가 끄는 쟁기로 논밭을 가는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몇 해를 그렇게 소가 있는 마을을 찾았다. 여느 때와 같이 봄이 찾아왔고 변함없이 마을을 찾았다. 밭에서는 한 마리의 소가 외롭게 밭을 갈고 있었다. 늘 함께였던 다른 소는 삶을 마감하고 주인의 곁을 떠났다고 했다.


밭을 갈던 주인은 잠시 일을 멈추고 내가 챙겨간 술과 안주를 받으며 말을 건넸다. “죽은 소를 대신하려고 다른 소를 훈련시키고 있는데 만만치 않아. 지금 밭을 갈고 있는 소가 죽으면 이 일도 그만하려고 해. 마을에 비탈밭이 많아 소로 가는 것이 농기계로 가는 것보다 더 나았는데 아쉽네.”


몇 해가 지나 주인에게서 밭을 갈 수 있는 소가 모두 하늘나라로 갔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매년 가던 마을에 더 이상 가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일상이 사라졌다.


얼마 전 다랑논이 자리 잡은 춘천의 한 마을에서 겨릿소의 겨리질 시연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신기한 모습에 마을 사람들이 논 주변에 모여들었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모습. 그래서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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