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체육의 봄'이 오려면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 뱀은 자신의 해인 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체육계도 뒤흔들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이기흥 회장의 3선을 막고 역대 최연소 체육계 수장이 됐고,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당선인은 우여곡절 끝에 선거에 참여한 김택규 회장을 꺾었다. 빙상계는 유승민 당선인보다도 1살 어린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당선인이 이끌게 됐다. 선후배 관계에 나이까지 위계가 엄격한 체육계 분위기를 생각하면, 체육인들의 결정은 과감한 선택이었다.

외면받았던 현장의 선택

지난해 가을, 현장에서 만난 한 지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지역 사무실만 다니는 사람 말고 진짜 현장이 어떤지 보고 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대한체육회, 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전임 회장 체제에서 가장 비판받았던 지점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기흥 회장 시절 여러 정책이 시행되긴 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이사회 때마다 공개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배드민턴협회는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후진적인 대표팀 운영과 관습으로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빙상연맹 전임 윤홍근 회장 역시 측근 중심 운영으로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외면받았던 현장의 선택은 ‘경기인 출신’에게 몰렸다, 선수, 지도자거나 관련 단체 행정가 출신인 유승민, 김동문, 이수경 당선인은 적극적으로 선수, 지도자 출신임을 내세웠고, 맞춤형 공약들로 이들의 표심을 잡았다. 그동안 외면받았던, 현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려온 이들에게 세 사람은 거의 처음으로 ‘동질감’과 ‘이해심’을 보여준 사람들이었고, 이렇게 내민 손을 잡는 것은 과감했지만 어렵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과제도 소통

스포츠 경기의 승패는 ‘준비해온 것을 얼마나 잘 해느냐’에 달렸다. 경기인 출신 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이 진리는 회장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 사람이 공통으로 내세우고 약속한 가치가 바로 ‘소통’이다.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대표되는 그동안의 체육계 리더십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달라지는 환경을 담아내지 못했고 결국 현장과 단절되면서 많은 병폐를 만들어냈다. 전임 체제와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이자 각자의 장점으로 내세운 소통이라는 계획을 임기 끝까지 잘 수행하는 게 경기인 출신 회장들의 과제다.

‘육군은 다 같은 편’과 ‘우리는 하나다’의 갈림길에서

영화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의 대사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와 전두광의 “우리는 하나다”는 글자만 보면 큰 차이가 없지만, 맥락까지 보면 극명히 다르다. 안보 위기를 초래하면서까지 위험한 내전을 벌인 전두광처럼 되지 않으려면, 소통의 방향은 그동안 외면받았던 쪽에만 갈 게 아니라 이제는 반대로 외면받을 수도 있는 쪽도 놓쳐서는 안 된다. 전임 체제에서 이어지거나 새롭게 생겨날 수 있는 체육계 내부 갈등의 고리도 끊어야 한다. 뜨거웠던 지난해 ‘파리의 여름’을 금세 식혀버린 ‘선거의 겨울’도 이제 끝났다. 많은 체육인들이 바란 ‘체육의 봄’을 오래 이어지게 하는 것, 세 명의 새 수장의 무거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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