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청문회를 예고한 가운데 류 위원장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비위를 신고한 직원을 수사하는 경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청문회라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제목부터 공정하지 않은 이번 청문회에 대해 방심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불출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공익신고자 탄압 등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 개최를 30일에 열겠다고 13일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류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는 경찰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비판이 뒤따라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이 말하는 수사는 자신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내부 직원들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수사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민원사주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이틀 만에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찾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며 직접 검찰을 찾아가 수사를 의뢰했었다.
국회 과방위는 류 위원장을 비롯해 30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방심위 직원들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의 김봉식 청장과 안동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도 증인에 포함됐다. 또 류 위원장의 쌍둥이 동생인 류희목 영남선비문화수련원 사무총장을 비롯해 류 위원장이 시켜 민원을 넣었다고 의심되는 6명도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다.
류 위원장은 동생 등에 대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인 민원인들마저 증인으로 불러 세웠다”며 “이들은 진정한 공익제보자로 보호대상인데도 불법 정보유출로 가해를 당한 데 이어 또다시 2차 피해를 보는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가족과 지인, 전 직장 동료 등에게 시켜 최소 40명이 오탈자까지 같은 심의민원 104건을 내게 한 의혹을 받는다. 방심위는 이 민원을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을 보도한 MBC 등 4개 방송사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류 위원장은 민원인들이 불공정 보도를 심의해 달라며 신고해 줬으니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공익제보자라고 주장한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증인이 불출석사유서를 사전에 제출했더라도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위원회 의결로 고발할 수 있다. 출석을 거부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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