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총선 보도에 독자 평가 왜 박할까…"

한겨레 노조 주최 '뉴스룸국장 초청 토론회'
한겨레 구성원 "총선 국면 한겨레만의 차별화 실패, 디지털 대응 부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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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킬 만한 한방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우리는 나름 단독들을 생산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독자들이 이를 알아주지 않으면 애석하지만 달리 도리가 없다.’

4·10 총선이 치러진 이후 한겨레신문 내부에선 자사의 총선 관련 보도가 이전 선거 때보다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고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현 한겨레 뉴스룸국장은 3일 진행된 내부 토론회에서 ‘한겨레 총선 보도 영향력 감소’ 지적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자사 총선보도 전반을 점검하고, 지난 1년간의 뉴스룸국 운영·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뉴스룸국장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현 국장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한겨레신문의 총선보도 전반을 점검하고, 지난 1년간의 뉴스룸국 운영·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뉴스룸국장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박현 국장의 발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한겨레 구성원은 총선특집페이지 등을 구축했던 타 언론사에 비해 한겨레는 디지털 대응이나 준비가 미비했던 점, 선거 국면에서 한겨레만의 의제 등 이슈를 주도하는 보도를 내놓지 못한 것 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박현 국장은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한겨레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국장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사안을 한겨레가 가장 먼저 다루고, 지면 1면에 5차례 관련 기사를 실으며 주요하게 보도한 점을 우선 꼽았다. 또 ‘이종섭 전 장관을 조기 귀국시키기 위한 구실로 방산회의가 급조됐다’는 내용을 한겨레가 단독 보도했고,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당시 국민의힘 후보 문제점도 단독 보도한 이후 도 후보 공천이 취소되었다고 설명했다. 황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대상 ‘회칼 발언’ 논란 관련해 한겨레가 고 오홍근 기자의 동생을 단독 인터뷰한 점도 강조했다.

다만 박 국장은 “독자 여론조사를 해보지 않아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한겨레의 이번 총선 보도에 대해서는 박하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 같다”며 그 이유로 △독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킬 만한 한방이 없었다는 점 △독자가 포털에서 한겨레 기사들을 접해 단독이나 주요 기사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 △한겨레의 민주당 비판 기사에 거부감 느끼는 독자 반응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총선보도 관련 전체 여론시장에서 한겨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국장은 “이번 총선이 보수에선 조선일보, 진보에선 김어준TV(유튜브 채널)의 영향력이 컸다고 한다. 유튜브는 정치 보도에서 첫 번째 매체로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것 같다”며 “이 부분은 저희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한겨레 유튜브 채널인) 한겨레TV와 뉴스룸의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한겨레의 영향력이 떨어진 건 양당 보도에 매몰되는 등 한겨레만이 발굴할 수 있는 소재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구성원의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에 박 국장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서도 “선거는 크게 구도, 인물, 정책(공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엔 ‘정권 심판론’ 구도가 워낙 압도해서 인물, 공약 등이 설 자리가 없었다. 한겨레가 차별화하려면 정책을 다뤘어야 했어야 했는데 그럴 여지가 많지 않은 선거였다”고 설명했다.

뉴스룸국장이 여전히 1면만 중시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는 구성원의 반응도 나왔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인데도 선거 정보와 이슈들을 제공하는 데 한겨레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과거라면 TF팀, 자문단 등을 꾸려 지면, 디지털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했을텐데 이번엔 그런 것들을 하기엔 조금 환경이 다른 선거였다고 본다”며 “뉴욕타임스 같은 여론조사 모델도 염두에 두었지만, 시간이 짧았다. 앞으로 선거가 연달아 시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박현 국장 취임 이후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 강판제’, ‘오픈데스크’(온라인 이슈 담당팀) 운영에 대한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박 국장은 “디지털 강판제는 오전, 낮 시간 온라인 기사 기근현상으로 인해 머리를 짜낸 건데, 이 시간대에 온라인에 배치할만한 기사들을 부서마다 한 두 개라도 출고하자는 취지”라며 “디지털편성표 등으로 업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측면이 있지만, 부서장 머릿속에 ‘낮 시간대 온라인 기사’ 인식을 자리 잡게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픈데스크에 대해선 “1년 정도 시행했는데 PV 기준으로 보면 정치부 다음이 오픈데스크 인 것을 보면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겨레지부는 이번 토론회에 앞서 진행한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향후 노보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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