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 삶 파탄"… '대통령 짜깁기 영상' 수사중단 요구

21조넷 "수사중단·고발철회·처벌불원"
서울경찰청,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10명 입건
집·휴대전화 압수수색, 출국금지도
"피의자, 두려움에 가게 내놓고 이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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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분은 대단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옆에 다른 차가 서기만 해도 깜짝깜짝 놀라는 상태입니다.”

“단골이 정해진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초면인 외부인들이 가만히 살펴보다 가는 일이 잦아져 사복경찰의 감시가 아닌지 공포에 일상이 위축됐다고 합니다.”

2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성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부패하고 무능하다며 비난하는 것처럼 짜깁기된 영상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평범한 시민을 정치범으로 만들어 삶을 파탄 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는 공동변호인단과 함께 2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을 동원한 검열이 일반 개인을 향해 퍼져 나가고 있다”며 “경찰은 수사 중단을, 국민의힘은 고발 철회를, 대통령실은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라”고 촉구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틱톡'에 퍼진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 2023년 11월을 전후해 올라간 이 영상들은 서울경찰청의 요청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된 상태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고백’이라는 제목의 45초짜리 영상으로 지난해 11월 해외 SNS인 ‘틱톡’에 올라왔다. 국민의힘은 2월 초 이 영상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오전 피의자 한 명을 불러 조사했다. 조사에 동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최석군 변호사는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당신의 영상이 짜깁기 돼 업로드되면 감정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다”며 “이런 질문 자체가 공인과 사인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영상을 함께 배포 받아 조직적으로 공유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날 피의자는 영상이 재밌어 보여 내려받았을 뿐이고, 영상을 공유할 때도 다른 사람이 실제 영상이라고 믿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원본 제작자 1명과 이 영상을 공유한 9명을 입건했다. 3월에는 이 가운데 40대 일반 직장인 남성의 집과 휴대전화, 컴퓨터를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이는 상황이다.

발언하고 있는 최석군 변호사. /박성동 기자

공동변호인단의 손지원 변호사는 “이 영상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어떠한 사실 자체를 말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을 적시할 때만 적용되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없다”며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 온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내용을 보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스스로 이런 발언을 했을 거라고 믿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피의자는 결국 카페를 내놓고 이사도 결정했다”며 “평범한 시민이 대통령 풍자 영상을 공유했다가 졸지에 형사피의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 ‘자유민주주의’를 외쳐대던 윤석열 정부 하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원본 제작자도 도움을 요청해 와 조사에 동석할 예정이라며, 다른 피의자들에게도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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