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이냐"… KBS 이사들 '대외비 문건' 두고 설전

KBS 야권 이사들이 이사회 긴급 안건으로 올린 'KBS 문건 관련 권고안'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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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 이후 여론을 확인한 결과 이 문건은 KBS 정식 문건도 아니고 누군가 위조한 걸 MBC에서 마치 사실처럼 보도한 거다. 이미 문건 자체가 허위 조작인데 이사회에서 설왕설래하는 것도 웃긴 거고, 아무 소용이 없다. KBS 경영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못할 거다.” (이동욱 KBS 이사)

“(KBS 대외비 문건이 사측 주장대로) ‘괴문서’로 끝나면 좋은데 이 문서가 실제로 KBS 경영과 운영에 일부분 영향을 미쳤다면 KBS 경영을 농단한 거다.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사회가 이것을 논의해야 할 정당성이 있다.” (이상요 KBS 이사)

17일 개최된 KBS 이사회에선 ‘MBC 스트레이트의 'KBS 문건' 관련 권고안’ 안건에 대한 회의 비공개와 상정 여부를 두고 여야 추천 이사들 간 의견이 대립했다. 해당 안건 자체도 여야 운영 이사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야권 추천 이사 5명이 운영 규정에 따라 긴급 안건으로 제출한 건이다.

지난달 31일 MBC ‘스트레이트’는 <위기는 곧 기회다> 제목의 ‘KBS 대외비 문건’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임원, 자회사 사장, 감사, 국장급 직위는 가능한 우파 등용’ ‘KBS 공중분해’ 등 조직 장악 지침이 담긴 해당 문건에 대해 KBS는 “괴문서”라며 문서 작성자·배포자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실제 문건 속 내용이 박민 사장 취임 후 실현됐고, 내부서 유통된 문건으로 확인됐다”며 문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고발 조치, 수사 의뢰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1일 공개한 ‘위기는 곧 기회다’ 대외비 문건 표지.

이날 야권 이사들이 준비한 회사 권고안은 크게 4가지로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KBS 문건' 제출 △문건 작성 주체 및 KBS 내부에서의 유포 경위나 범위 등 조사 이뤄진 게 있다면 내용 보고 △국장단 이상 간부들이 문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거나 소지한 사실 등에 대한 확인 정도 △법적 대응 등 향후 조치 진행 상황 보고 등이다.

‘대외비 문건’ 관련 안건 비공개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기석 이사장 포함 여권 추천 이사 6명은 타사 보도를 두고 KBS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공개 석상에서 논의하는 건 좋지 않다는 취지로 회의 비공개 진행을 주장했고, 해당 안건 자체를 상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야권 이사 5명은 회의 공개를 주장한 가운데 김찬태 야권 추천 이사는 “이슈가 생겼으니 사실관계 등 사장의 입장이 있을 거고, 취득한 정보가 있을 테니 보고를 해달라는 거다. 이사들이 지금 인터넷 검색해 나온 것 외엔 내용을 모르고 있지 않나”고 지적했다.

그러자 서기석 이사장이 “집행부가 (괴문서라는) 공식 견해를 밝혔는데 꼭 이사회가 보고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야권 이사들이) 정말 그 말(사측 입장)만 딱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느냐. 말도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하자 “‘입틀막’도 아니고”라는 김찬태 이사의 반발이 나왔다.

서기석 이사장은 공개 여부에 대해 거수를 진행했고 여권 이사 6명이 비공개에 찬성하며 이사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결국 해당 안건은 이사 표결 결과 부결됐다. 일부 이사들은 사측에 대외비 문건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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