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취임 5개월, 고소·고발 릴레이… 바람 잘 날 없는 KBS

방송법 시행령 가처분·위헌확인 등 굵직한 법적 공방만 5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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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개월을 맞은 박민 KBS 사장에게 소송이 산적해 있다. 불행히도 진행 중인 소송과 고소·고발 건 대부분이 노조를 비롯해 기자, 직원 등 KBS 구성원이 박민 사장을 상대로 낸 것들이다. 경영진을 향한 구성원 반발의 움직임, 사장 취임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KBS 내부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자협회보는 향후 재판 결과까지 주목할 만한 주요 소송·고소고발 건을 짚어봤다.

KBS를 전례 없는 재정 위기로 몰아넣은 TV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제도 시행 여부를 두고 KBS 안팎의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정부는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KBS는 해당 방송법 시행령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했다. 그에 앞서 6월 KBS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헌재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상 40일 이상인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해 입법예고 공고 취소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방통위의 공고로 시작된 해당 법령 개정 절차는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내에 마무리돼 당시 논란이 됐다.


헌재는 방송법 시행령 관련 3건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심리 시작 약 8개월이 흘렀지만, 헌재 결정이 언제 나올 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 공보실 관계자는 “가처분이라도 빨리 결정을 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본안 사건과 같이 판단할 때도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가처분과 본안 사건을 같이 심리 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따른 혼란 속, 전임 사장 해임에 이어 후임으로 들어선 박 사장이 제대로 소송에 대처하지 않는다는 내부의 우려가 나온다. KBS 사장 이사회 면접에서 박민 당시 후보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헌법소원 문제는 한전과의 수신료 관련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한다”며 “긍정적인 경우 헌법소원 정리도 검토해야 한다”고 답해 구성원의 비판을 산 바 있다. 이후 사측은 소송을 중단하진 않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전면 시행을 목표로 지난 1월 120여명의 대규모 인력을 수신료국에 파견했다. 소송 대리인도 교체됐다. 헌법소원 청구 당시 KBS측 소송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은 지난 2월 담당변호사 지정 철회서를 제출했고, 4월8일 또 다른 법무법인이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


사장 취임 직후 박 사장은 방송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고발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 사장이 주요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시사프로그램 폐지 등 편성에 개입했다며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이첩 받은 영등포경찰서는 고발인 조사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사장은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 105조는 ‘방송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 위반으로 기소, 유죄까지 받은 사례는 2014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관련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 받은 것이 유일하다. 당시 검찰은 길환영 전 KBS 사장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려 방송사 내부자가 기소된 사례는 없다.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외부가 방송에 개입해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을 막는 것 등이 법이 목적하는 바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방송·편성 책임자에 대해 경영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며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근 드러난 KBS 대외비 문건으로 외부의 방송 장악 의혹도 나오기 있기 때문에 접근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 절차를 무시하고 보도국장 등 인사를 단행한 KBS 사측에 대해 법원 판단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KBS본부는 사측의 뉴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보도국장 등 국장 임명동의제 무력화 시도에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임명동의제에 대해 “그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현재 해당 직위 등의 임명이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안소송 이전에 시급하게 동의 없는 임명의 금지를 구할 필요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지난 1월 가처분을 각하했다. KBS본부는 곧바로 항고한 가운데 사측은 각하 결정을 근거로 임명동의제 절차 없이 5개 국장 인사를 냈다.


KBS 직원들 개별로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KBS 기자 3명은 지난해 11월14일 ‘뉴스9’에서 보도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앵커리포트에 대해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2021년 3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보도했던 이들은 해당 앵커리포트에 대해 지난 2월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조정은 불성립됐다. 박민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대로 4건의 자사 보도를 “불공정 편파 보도”라고 지목한 문제의 앵커리포트에 대해 기자들은 중재위 조정신청서에서 “박민 사장과 KBS는 합당한 이유도 없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불공정 편파 보도’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정정보도 이유를 밝혔다.


지난 2월23일 전 KBS 감사실 직원 3명은 법원에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수차례 인사발령을 중지하라고 요구한 감사의 동의 없이 KBS가 감사실장 등 감사실 주요 부서장 인사를 시행했다는 이유다. 박찬욱 KBS 감사도 지난 2월8일 입장문을 내어 “민감하고 중요도 높은 특별감사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부서장의 전보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공사가 이번 발령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내규 및 절차에 따라 감사직무규정 위반 및 감사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할 것이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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