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 보도' 때문에 YTN 무너졌다는 김백 사장

[김백 전 상무, YTN 새 사장으로 복귀]
취임사서 "편파·왜곡방송 잡을 것"
임명동의 없이 보도국장 인사 단행
노조 "권력 사적 복수극 동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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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 사장이 YTN에 돌아왔다. 사장에 선임되기 전 라디오 진행자 교체부터 강행한 그는 취임사에서 YTN의 “편파 왜곡방송”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임명동의제도 거치지 않고 보도국장 등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YTN은 3월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김백 전 YTN 상무와 김원배 YTN 국장을 사내이사에, 김진구 유진이엔티 대표(유진기업 부사장)를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는 등 총 6명의 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김백 이사를 사장에, 김원배 이사를 전무이사에 선임했다. 오는 9월까지 임기가 남은 우장균 전 사장은 이날 주총을 앞두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2대 주주인 인삼공사 몫을 제외하고 7명의 이사 중 6명이 유진 쪽으로 재편된 이사회는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사장 선임 규정을 폐지한 뒤 김백 사장 선임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었다.

김백 YTN 사장(가운데)이 1일 오전 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YTN노조 조합원들의 반대를 뚫고 출근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제공


1981년 KBS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김백 사장은 만 67세로 지상파 4사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통틀어 최고령 대표이사다. 1995년 YTN 개국 멤버로 입사한 그는 보도국 차장, 부장, 부국장 등을 거쳐 2008년 ‘낙하산 사태’로 YTN이 큰 변곡점을 맞은 이후 보도국장, 보도담당 상무, 총괄상무 등으로 영전하다 2016년 퇴임했다. YTN 재임 당시 그의 행적은 알려진 대로 2008년 ‘낙하산 반대 투쟁’에 나선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을 중징계할 때 인사위원이었고, ‘돌발영상’ 중단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목할 건 YTN 퇴임 이후의 행적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보수성향 방송사 노조와 단체들이 주축이 돼 만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지난해 말까지 이사장을 지냈다. 공언련에선 MBC와 YTN 등을 대표적인 ‘편파방송’으로 지목해 정기적으로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이 내용을 유튜브로도 방송하는데 그가 직접 진행을 맡기도 했다. 방송에서 그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을 “스토킹 수준”이라 폄훼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해선 “무차별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공영언론들이 전부 다 민주당 하부 방송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특정 정치 세력과 유착’을 비판하며 ‘불편부당’을 내세운 공언련은 그러나 특정 정당과의 관계성에선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공언련 창립대회에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사무실 개소식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고, 박성중 의원은 공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근거로 공영방송 등 라디오 정치 패널이 좌파 인사로 편향됐다고 주장해왔다. 공언련에선 매주 YTN을 포함한 공영방송 라디오프로그램 등을 모니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도 넣고 있다. 이 민원을 받아 심사하는 방심위의 수장이 공언련과 비슷한 활동 단체인 미디어연대 대표 출신이자 역시 YTN 출신인 류희림 위원장이다. 방심위가 구성해 위촉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엔 공언련 출신 2명이 포함돼 있다.


공언련은 지난 1~3월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5차례나 고발했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관계자 징계’ 포함 여러 차례 제재를 가했다. 그리고 김백 사장 선임을 하루 앞두고 YTN은 뉴스킹 진행자 박지훈 변호사에 하차를 일방 통보한 뒤 곧장 배승희 변호사를 낙점했다. 배 변호사는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를 시도했던 인물로, 구독자 128만명을 보유한 우익 유튜버이기도 하다.


김백 사장이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보도를 콕 집어 거론한 건 그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김 사장은 “YTN은 2022년 대선을 전후해 뉴스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지키지 못하면서 편파 왜곡 방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쥴리 보도’가 그 정점을 찍었다”면서 “YTN이 창사 이래 쌓아온 가치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공영방송에서 민영방송으로 바뀐 이유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YTN 매각이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가 아닌 다른 목적에서 이뤄진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으로도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김 사장이 “정치 권력의 사적 복수극에 동참”한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YTN은 조만간 국민께 그동안의 잘못을 고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선언을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노력을 할 예정”이라며 “엉터리 왜곡 보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도 살펴보고 철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 KBS 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YTN의 특정 보도를 집어 ‘편파 왜곡 보도’였다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진상 조사 등을 통해 관련자의 책임을 묻는 방식 등이 예상된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김 사장의 보도 관련 발언이 “보도지침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하며 “우리 보도를 폄훼하고 YTN을 공언련처럼 만드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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