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대주주, 흥국산업으로 바뀌나

[구성원 반발… 검증단 활동 이어져]
우호지분 등 주식 절반 이상 확보
28일 주총서 새 이사진 구성키로

흥국 회장 22일 구성원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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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제조 회사인 흥국산업의 경인일보 대주주 등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흥국산업은 우호지분을 합해 경인일보 전체주식의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2월 중순 경인일보에 알려왔다. 흥국산업은 28일 예정된 경인일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경인일보 경영에 참여한다.


경인일보는 1999년 이후 특정 주주가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한 전례가 없었다. 경인일보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14.87%), 경기고속(17.50%), SM상선(17.21%) 등 3대 주주가 14~17% 안팎의 지분을 갖고 서로를 견제하면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지배구조였다.

흥국산업 레미콘 공장. /흥국산업 홈페이지


흥국산업의 경인일보 인수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존 경인일보 경영진이 증자를 통해 적자구조 개선을 모색하는 시점에 흥국산업이 갑자기 등장했다. 흥국산업은 작년 연말부터 경기고속, 남우, 유앤아이디벨롭먼트, 씨이티 등이 보유한 경인일보 주식을 사들이거나 위임받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알려진다. 흥국산업은 경기도 하남시에 연고를 둔 레미콘 제조 판매 회사로 2022년 매출은 690억원, 영업이익은 152억원이다.


경인일보 구성원들은 흥국산업의 인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흥국산업이 언론사 경영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우려한다. 그동안 언론사를 인수한 건설자본이 오너의 영향력 확대나 기업 방패막이로 언론사를 이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2022년 경인일보에 입사한 기자 13명은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흥국산업의 정체는 무엇인가. (경기도) 하남의 레미콘 기업이고, 소유주 친형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것뿐”이라며 “25년 만의 과점 주주로서 인사권 전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들려온다”고 했다.


흥국산업에 대한 구성원 불신이 커지자 경인일보는 편집국장을 포함해 기자 20명 안팎으로 신규주주 검증단을 가동했다. 검증단은 최근 2~3주 동안 흥국산업 재무상태, 운영 상황, 오너를 둘러싼 여러 논란 등을 검증해 보고서를 냈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내부 구성원 반발과 검증단 활동이 이어지자 이기윤 흥국산업 회장이 22일 오전 편집국장, 노조, 기자협회, 지역본부장 등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흥국산업의 경인일보 인수를 연결한 홍정표 전 경인일보 상무는 “회장이 직접 인수 동기, 투자 계획, 경인일보 발전 방향 등을 소상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김우성 한국기자협회 경인일보 지회장은 “갑작스럽게 과점 주주 체제에 직면하다 보니 내부가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편집국 대표자들의 논의를 거친 신규주주 검증단을 가동하고 소그룹별로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모든 지회원이 회사의 미래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중”이라며 “우리 신문의 역사와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며, 급변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경인일보의 저력을 증명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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