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사지어 만든 손두부… 간장 살짝 올려먹으면 밥도둑

[기슐랭 가이드] 충남 아산 공세뜰두부집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초봄이지만 나는 벌써 단풍이 찬란한 만추를 생각한다. 어쩌면 매년 이날 하루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10월 마지막 주, 우리는 충남 아산으로 출발한다.


서울이 직장이라 연고가 없는 아산. 2012년 나와 처는 아산 공세리성당에서 처음 데이트했다. 영화 ‘약속’ 촬영지로 박신양과 전도연을 떠올리며, 연애를 약속하려고 데려갔었다. 웃프지만 지금 여길 추천하면서 촬영지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성당이란 걸 알았다. 하여튼 결혼은 했으니 성공한 일정이었다.


그해 성당 앞에 막 문을 연 작은 식당이 있었다. 두부 요리 전문이라는 간판에 곧바로 들어갔다. 손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두부김치찌개와 순두부를 시켰고 우린 아무 말 없이 요리를 비웠다. 담백하면서도 소박한 맛. 두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신세계. 그걸 시작으로 12년째 매년 하루 이곳을 찾아간다.


공세뜰두부집은 노부부가 운영한다. 친절함은 물론이고 마치 부모님을 뵙는 듯한 따스함이 있다. 두부가 들어가는 요리는 모두 맛있다. 두부버섯전골은 최애 메뉴가 됐다.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두부 한판을 시켜서 곁들이면 한해 중 가장 건강한 한 끼를 먹는 기분이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자녀가 있으면 순두부도 추천한다. 담백한 순두부에 간장을 살짝 올려서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된장찌개, 청국장도 맛봤는데 이것도 최고. 다만 콩국수는 하절기 메뉴라 맛보지 못했다.


가게는 크지 않다. 그래도 회전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 바로 앞에 주차할 공간도 많다. 아무 곳이나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주차하면 된다. 부족하면 공세리성당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모두 무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준비한 두부가 소진되면 그날은 맛있는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없다.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라 여유 부리면 빈손이다. 특히 주말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저녁 시간 때는 피하는 게 좋다. 이왕이면 이른 점심을 추천한다.


둘이 갔던 공세뜰두부집은 이제 딸, 아들과 함께 네 명이 찾는다. 노부부는 마치 설날에 집을 찾는 자식을 반기듯 우리를 맞아준다. 여러분도 아마 매년 이곳을 찾을지도.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박기묵 노컷뉴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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