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국 막아달라" TBS 호소에 "우리 손 떠났다"는 시의회

TBS 구성원들 "민영화는 곧 폐국… 서울시와 시의회 나서달라" 연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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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구성원들이 서울시와 시의회를 향해 “폐국만은 막아달라”며 연일 호소하고 있지만, 시의회는 “의회 손을 떠났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더이상 우리 의회에서는 할 일이 없다”며 TBS 구성원들의 호소를 일축했다. 예정된 대로 6월부터는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으니 민영화를 하든 법인 청산을 하든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TBS의 양대노조는 28일 오전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사일정이 예정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TBS 민영화’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TBS노조, 언론노조 TBS지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은 그해 말 TBS에 대한 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일명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원래 올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해당 조례는 지난해 말 극적으로 유예가 결정되어 6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TBS를 출연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발의할 당시 “방송분야에 대한 서울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 “TBS가 민간 주도의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 방법을 찾는 것은 TBS 구성원들의 몫으로 넘겨졌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폐지 조례 시행을 유예한 1년여의 시간과 인건비 등 최소한의 예산만 지원하며 민영화를 사실상 압박했다.

“자본금 100만원에 상업광고도 못하는데 민영화가 되겠나”

서울시장이 임명한 대표이사는 시의회와 마찰을 빚다 이달 들어서야 민영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며 민간 투자처를 찾는 용역 공고를 냈고, 닷새 뒤엔 사의를 표명하고 회사를 떠났다. 경영진 공백 상태로 앞날이 더 불투명해진 가운데, 남은 TBS 구성원들은 민영화는 사실상 공중분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한편, 서울시와 시의회가 TBS 위기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T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TBS 민영화는 TBS가 독립경영의 길을 가는 정답이 될 수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며 “현재 TBS 구성원들은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쇄신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도 TBS가 진정한 서울시 공영방송으로 다시 제자리에 설 수 있도록 TBS 위기 해결에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28일 시의회 임시회 문체위 회의에서 마채숙 서울시 홍보기획관에게 TBS 문제와 관련해 더 논의할 게 없다며 집행부에 확실한 정리를 요구했다.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들은 TBS 민영화가 결국 폐국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민영화를 위한 제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TBS는 서울시로부터 예산의 70%를 지원받는 출연기관이자 지역 공영방송이란 가치 지향 탓에 상업 광고가 허용되지 않았고, 이는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를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상업 광고 불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 조건이기 때문에 민영화를 한다고 당장 상업 광고가 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TBS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출연기관인 재단법인으로 변경될 때 단 100만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했다. 현재 사옥은 임차해 사용하는 것으로, 부동산 자산도 없다. TBS 양대 노조는 “민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상업성이 없다”며 이런 TBS를 누가 매수하겠느냐고 묻는다.

이들은 “서울시의회에서는 YTN의 사례와 같이 기존의 공적 자본을 민간자본으로 변경하여 100%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TBS FM과 TBS eFM은 서울시의 지원을 전제로 방통위로부터 허가받은 라디오 주파수이다. 서울시의 지원이 사라지는 순간 주파수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민영화는 TBS 방송노동자와 34년간 지켜온 서울시민의 공적 자산이 공중분해 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송지연 TBS지부장은 “조례의 신설과 개정, 폐지는 시의회의 권한이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된 조례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시의회의 의무”라며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성 문제와 그에 대한 단죄라는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렵게 탄생한 지역 공영방송을 올바로 세우는 것으로 다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의회의 시간? 책임 전가 말라” 선 긋는 시의회

그러나 국민의힘 일부 시의원들은 TBS 문제를 시의회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에 불쾌감마저 드러낸다. 이종배 시의원은 28일 문체위에서 서울시 홍보기획관에 “집행부의 명확한 입장이 중요하다. 민영화가 안 되면 어떻게 청산하고, 이렇게 얘기를 해줘야 직원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거지, 두루뭉술하게 있다가 또 한 달 뒤에 ‘의회의 시간이다’ 이럴 거냐”며 “이제는 의회 손을 떠났고, 책임 전가는 안 통한다”고 말했다.

TBS의 양대노조는 28일 오전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사일정이 예정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TBS 민영화’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TBS노조, 언론노조 TBS지부

서울시는 “출연기관 해제는 정해진 것”이라면서도 아예 손을 놓지는 않은 분위기다. 오세훈 시장은 앞서 지난 22일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고, 마채숙 홍보기획관도 28일 “투자자를 발굴하지 못하면 이사회와 깊이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환 TBS노조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들도 TBS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고, 가족은 생계를 걱정하며 절망에 빠져 한숨짓는 것을 바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울시민에게 더 유익한 TBS가 되기 위해서 TBS가 변화되고 확장된 서울시 공영방송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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