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용기에 비길 수 없다"... 취재원에 돌린 수상 영광

[제55회 한국기자상] 수상자 수상소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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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55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기자들은 과분한 상이 영광스럽다면서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하고”, “기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되새기고”,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래는 소감 전문이다.

취재보도부문(4편)

왼쪽 세 번째부터 최유경, 이도윤 KBS 기자. /한국기자협회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최유경 KBS 기자
기자생활을 하면서 다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를 그런 큰 상을 받게 된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제가 저희 수상자 3명 중에 중간 기수인데 선후배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도를 언제 했는지 찾아봤다. 지금부터 딱 1년 전, 2023년 2월24일이었다. 그날 오전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이 됐고 5년 전에 했던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정 변호사가 그 학교 폭력 가해자의 아버지라는 점을 확인을 했고, 종일 판결문을 찾고 학교폭력위원회 자료를 찾고 당시 학교 관계자들과 접촉하면서 정신 없이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일반인들이라면 좀 상상하기 힘들었을 법적 대응을 정순진 변호사가 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분들이 같이 분노하고 공감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저희 보도를 알리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됐던 게, 당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굉장히 화제를 얻고 있었던 때라서 학교 폭력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고 그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이 학교 폭력이라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엄중하게 봐야 되겠구나 하는 시각이 생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희 보도에 부족한 면도 많았지만 지난 1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굉장히 많은 대책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정순신 방지법이라고 하는 법도 만들어서 통과시켜서,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부끄러운 기자가 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겠다.

왼쪽 세 번쨰부터 김지숙, 이지은, 김보담 KBS 기자. /한국기자협회

<LH부실시공과 전관특혜> 김지숙 KBS 기자

일단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 상이 굉장히 영광스럽기도 한데 또 저희에게 의미가 크다. 저희가 처음 보도를 할 때 사실 회사에 서운한 점이 많았다. 저희 생각만큼 좀 앞순서에 배치해 주시지도 않고 또 사내상도 못 받은 적이 좀 많아서 서운했었는데 오늘 이 상을 받으면서 그런 좀 서러움이 좀 많이 가신 것 같다.

사실 기사라는 게 누가 어느 자리에서 보고 판단하는지에 따라서 굉장히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즘 더 그런 것 같다. 저는 어느 자리에 있든지 항상 최선을 다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왼쪽 두 번째부터 이혜인, 안정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기자협회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교권이 무너졌다> 이혜인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선 작년 한 해 의미 있는 기사로 서이초 기사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 큰 상 허락해 주신 한국기자협회에도 감사하다.

처음 서이초 선생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실 보도를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굉장히 생각이 많았다. 개인의 죽음을 보도한다는 일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알게 됐다.

뜻을 함께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신 교육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제보를 이어가 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교권이 무너졌다는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세상에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된 지 7개월이 지났고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필요한 것들이 많다. 이 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기자 되겠다.

왼쪽 두 번째부터 이재욱, 배주환, 이혜리 MBC 기자. /한국기자협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이재욱 MBC 기자
저는 채널A 사건을 보도하다가 고발 명단에 올랐으며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 증거인 조성은씨의 김웅 의원 녹취록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나온다고 최초로 보도했다가 실제 고발을 당한 MBC 이재욱 기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는 신학림-김만배 뉴스타파 녹취록을 인용 보도했다는 이유로 역시 추가로 고발을 당했다. 뉴스타파 인용 보도와 관련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례없이 방송사들에게 무더기 과징금 처분을 내렸을 때, 그 과정에서 류희림 위원장 본인의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대거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이후에 이 상을 받았는데, 역시 추가로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여러분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을 제 언론인으로서의 이력을 제가 말씀드린 이유는 지금 여러분들은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계시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저 확보한 증거와 그 다음에 진술과 그런 것들이 사실과 부합하다고 생각해서 보도한 것이 심의와 송사에 휘말리게 돼서 답답하고 허탈한 마음에 이렇게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 많이 계신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흔하지 않아서 이 자리를 빌려 토로했다.

그런데도 투정부리지 않겠다. 제보자 그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낸 용기에는 비견할 데 없기 때문이다. 과분한 상 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MBC의 정부 민원 보도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했다면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당시 내부의 공익 제보자들, 모두 그들의 공이다.

기획보도부문

왼쪽 네 번째부터 박준용, 권지담, 채반석, 조윤상 한겨레 기자. /한국기자협회

<서울로 가는 지역 암 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박준용 한겨레 기자

기자들이 제일 받고 싶어 하는 상 주셔서 영광스럽다. 제가 2014년 1월부터 기자업을 시작했는데 거의 만 10년이 됐다. 아무래도 지금 이 일이 맞는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이 좀 많아졌다. 이 상을 받음으로 인해서 좀 동기부여도 되고 다시 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 주제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건, 제가 환자 보호자로 병원에서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는데 '환자방' 전단지를 받았다. 그걸 보고 생각이 들었다. 상경치료 받는 분들이 환자방에서 지내면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구나.

그전까지는 사실 당사자의 시선 가까이 취재하려고 노력했는데 저조차도 제가 당사자가 된 다음에야 이런 주제를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당사자의 시선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받은 뉴스타파와 부산MBC, 경남도민일보 기자들. /한국기자협회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최초 공동검증>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

원래 공식적으로는 17명이 등록돼 있는데, 공동취재단에서 제작과 취재와 분석을 같이 했던 사람이 한 30명 넘는다. 그중에서 저희가 경남도민일보와 뉴스타파와 부산MBC가 기자협회 회원사이고, 뉴스하다, 뉴스민, 3개 시민단체가 공동 취재단을 꾸려서 진행했다.

요새 골프나 테니스 같은 경우에 오픈이라고 그러지 않나. 회원 소속사 말고도 아마추어든 실력 있는 분들 다 나와서 경쟁해서 이렇게 우승자를 챔피언십을 결정하는 것처럼 앞으로 한국기자상도 회원사 격려, 독려 외에도 한국의 주요한 언론 행위를 했던 사람들 다 포괄해서 상을 준다면 이 상이 훨씬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스센터 올 때마다 양가감정을 느낀다. 15층 언론중재위를 가거나 18층이나 혹은 20층에서 기자상을 받거나. 둘 다 사실은 양날의 검이고 비슷한 것 같다. 힘 있는 자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좋은 기사를 썼을 때 독자들은 좋아하지만 당사자는 싫어할 테니. 때때로는 언론중재위로 오기도 하고 때때로는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 것 같다.

저희는 어제도 8번째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아마 꾸준히 계속할 거다. 검찰 특활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적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 취재 보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8개월 넘게 진행했던 건 두 가지 가장 레거시다운 것들을 해왔기 때문에 그 축을 중심으로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만 이 두 가지는 요새 많이 퇴행, 퇴색했다. 첫 번째 하나는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 행위다. 항상 언론의 본연 행위다. 가장 힘 있는 자를 향해서 그들이 민주주의의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그런 절차들을 시스템을 작동 못하게 만드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감시 활동을 3개 시민단체와 5개 언론사가 똘똘 뭉쳐서 해봤다는 것들이 하나다.

또 하나는 역시 연대와 협업이라는 거다. 요즘은 단독 경쟁과 기사 경쟁 특종 이런 욕심 때문에 많이 퇴색했다. 만약 1개 언론사였다면 검찰을 상대로 10만 장이 넘는 수많은 자료들을 분석하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오늘 시상식에 못 온 뉴스하다, 뉴스민 기자들과도 같이 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와중에 이제 지난해 공동취재단이 깨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9월14일날 저희가 아주 갈고 닦아서 1차 공동 취재단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때 마침 뉴스타파를 향해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 뉴스타파와 협업하는 게 혹시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지 않으셔도 좋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오히려 그게 웬 말이냐 뉴스타파와 함께하는 게 힘이다. 그리고 언론기관의 감시는 언제나 중요하고 이런 부분에 끝까지 하겠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 점에서 이 상이 저희 공동 취재단이 앞으로 더욱 취재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언론은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 독립은 역설적으로 여럿이 힘을 맞댔을 때만 가능한 게 독립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 언론 생태계에서 연대와 협업, 그리고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 그런 역할에 작은 벽돌 하나, 작은 귀감 하나 맺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황수빈, 김선형, 윤관식, 박세진 연합뉴스 기자. /한국기자협회

<해병대원 실종, 구명조끼 없이 수색> 황수빈 연합뉴스 기자

먼저 큰 상을 주신 관계자분들 감사드린다. 원래 오늘 일하는 날인데 일도 빼주신 저희 본부 선배분들 감사하다.

사실 이게 참 무거운 소식이다. 이렇게 큰 상으로 결과를 받게 돼서 좀 여러 생각이 든다.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지 이제 반년이 넘었다. 법적 공방이 이제 막 시작됐다.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실종자를 수색하라고 명령하신 분은 있는데 책임을 지시는 분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채수근 상병 영결식 이후 해병대 관계자와 통화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책임과 관련해 질문했다. 답변이 아주 비장했다. 우리 해병대 안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 해병대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지금도 그 답변이 유효한지 다시 묻고 싶다.

채수근 상병에 다시 애도를 표한다.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지역 기획보도부문

왼쪽 두 번째부터 안준영, 양보원, 변은샘 부산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 안준영 부산일보 기자

지역에서의 취재 환경이 갈수록 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런 수상은 저희 지역 언론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려차기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이후 사건 피해자가 연락을 줬다. 저에게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가 어떻게 새어나간 거냐"고 물어보셨다. 어쩌면 당연한 이 질문에서 저희 취재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를 비롯해 많은 강력범죄 피해자들을 저희가 지역에서 만났을 때 그분들 역시 모두 제3자로 밀려났다. 수사 과정에서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서는 지난 1년간 생업을 내팽겨 치고 사건에 천착해야 했다.

언론에서 그 사건의 자극적인 디테일을 보도해야 겨우 피해자의 알 권리가 지켜지는 지금의 사법시스템은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는 지금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책으로 엮어 곧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소외된 피해자들을 만나 함께 연대하고 있다.

저희 부산일보도 이러한 피해자들이 제3자로 숨는 것이 아닌 사건의 당사자로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취재하고 보도하겠다.

제14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왼쪽 세 번째부터 이승훈, 변은샘, 손희문 부산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8000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 이승훈 부산일보 기자
국제보도 부문에서 이렇게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는 게 사실은 굉장히 저희한테는 의미가 크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데 서일본신문에 히라바로 나오코 기자님이 같이 기획에 참여해주셨다. 사실 자국 내 우키시마호에 좀 안 좋은 분위기가 있었는데도 용기 있게, 오히려 저희보다 더 열심히 뛰셔가지고 저희 기획에 정말 큰 도움을 주셨다.

사건이 아직까지 또 이렇게 해결이 잘 안 되고 이런 것들을 보면 또 유가족분들이나 생존자분들에게 또 죄송한 마음도 있다. 또 기획이 끝나고 나서 후속 보도를 잘 챙겼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하면서 좀 묘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부산에 우키시마호 추모공원을 지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상을 계기로 저희도 후속 보도를 계속 잘 챙겨서 꼭 이 역사가 잊혀지지 않고 또 후대에 알려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

저희 기획을 같이 했던 손희문, 변은샘 기자랑 또 저희가 곳곳을 다니면서 생존자들을 찾아다녔는데 그때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동행했던 김보경, 이정 PD. 그리고 저희 인터렉티브 페이지가 있는데 사실 업체가 만든 게 너무 마음에 안 들었는데 놀랍게도 심폐소생 시켰던 저희 이지민 에디터 다들 감사하다.

앞으로도 저희가 또 우쿠시마호 사건 잘 해결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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