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해직사태 주역, 사장 되나… 대주주 유진의 첫 행보

[김백 전 YTN 상무, 신임 사장 내정설]
유진, 사내·사외이사 6인 명단 통보
과거 해직때 인사위원 김백 등 포함
김 전 상무 "적임자라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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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분 30.95%를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된 유진이엔티가 YTN 새 경영진으로 ‘올드보이’들을 불러들였다. 2008년 ‘YTN 해직사태’ 당시 인사위원이었던 김백 전 상무가 YTN 신임 사장으로 유력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6년간 사장으로 있으며 노조와 내내 대립했던 배석규 전 사장이 유진이엔티 사외이사로 ‘컴백’하게 된 것이다. 졸속·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YTN 민영화가 결국 “언론장악의 외주화”를 의도한 것이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이 20일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부과한 조건을 위반했다며 유진이엔티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제공


유진이엔티는 지난 14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에 YTN 지분 매매 잔금을 치르며 공식적으로 YTN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날 유진이엔티는 YTN측에 주주 제안 형식으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의 명단을 통보했다. 현재 YTN 사내이사는 우장균 사장과 김용섭 상무 등 2명인데,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한 뒤 이들을 각각 사장과 상무로 앉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장균 사장 등의 임기는 오는 9월21일까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YTN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며 YTN 대표이사를 미디어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하고, 유진이엔티·YTN의 사외이사와 감사를 독립적인 자로 선임하라는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그런데 1주일 만에 김백 전 상무가 새 대표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취재 능력은 물론이고 경영 능력도 전혀 입증하지 못했지만, 오직 권력의 나팔수 노릇만으로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던 인물”이라며 “‘땡윤뉴스’의 적임자로 ‘용산’이 간택해 내리꽂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상무는 2008년 YTN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던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을 무더기 중징계할 때 인사위원이었다. 이후 경영기획실장으로 승진한 그는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 보도국장을 거쳐 6년간 상무이사를 지내고 2016년 3월 퇴임했다. 다음 달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8년 만에 YTN에 복귀하는 셈이다. 또한, 그는 보수성향 방송사 노조와 단체들이 2022년 만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발기인으로 참여해 지난해 말까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단체에선 MBC와 YTN 등을 대표적인 ‘편파방송’으로 지목해 정기적으로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왔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역시 YTN 출신으로, 과거 김백 상무와 함께 대표적인 배석규 사장의 측근으로 꼽혔다.


김 전 상무는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장 내정설에 대해 “아직 사내이사에 추천된 것 말고 사장이 된다거나 하는 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내이사직을 누구에게, 어떻게 제안받았냐는 질문에는 “대주주가 수소문해서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했겠지”라며 “그 이상은 모른다”고 답했다. 그가 몸담았던 공언련에선 16일 성명을 내고 “사장 물망에 오른 김백 전 YTN 상무는 YTN 조직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적임자”라고 추켜세우며 노조가 계속 반발한다면 “가차없는 처벌로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백 사장 선임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법적 다툼이 일 수도 있다. YTN엔 노사합의로 만든 사장추천위원회가 있고, 단체협약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구성원 참여 보장이 명시돼 있다. 대주주와 노조 각각 3인, 시청자위원 1명이 참여하는 사추위에서 노조 관련 부분을 노조와 합의 없이 변경할 수 없도록 했는데, 사추위를 거치지 않고 사장을 내정하면 단협을 위반하는 게 된다는 지적이다. 유진이엔티는 방통위에 최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기존 제도를 존중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각서도 별도로 제출했다.


그랬던 유진이 과거 YTN에서 공정방송 제도를 무력화했던 인물을 사장에 내정하고 사외이사에 선임한 것은 ‘기존 제도 존중’에 반할 뿐 아니라, 방통위가 부과한 승인 조건에도 위반된다고 언론단체들은 주장한다. 언론·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은 20일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는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이 애완견 언론을 만들기 위한 ‘청부 인수’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려면 지금 당장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YTN 비극의 출발점, 이명박이 내리꽂은 낙하산 사장 구본홍 씨도 16년 전에 사장 추천위원회를 거쳤다”면서 “방통위에 공개 질의한다. 방송사업자가 방통위와의 약속을 이렇게 어겨도 되는 건가. 이래서 방송 정책의 신뢰성이 생기겠나. 방통위는 당장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YTN 구성원들은 법적투쟁을 비롯해서 김백 사장이 들어올 경우 그 어떤 투쟁도 마다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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