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제기' 방심위 직원은 '법적 보호대상'

세계일보 '공익신고 보호될까' 보도
방심위 노조, 정정보도 등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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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직원이 공익신고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세계일보가 보도했다. 공익신고에 해당하기 어려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개인정보유출로 처벌받을 수 있는 신고행위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현행 법체계와 거리가 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지난 17일 보도된 세계일보의 <방심위 셀프민원 의혹 개인정보유출, 공익신고자로 보호될까>이다. 핵심은 직원의 신고 내용이 공익신고자보호법에서 정해둔 영역 밖에 있다는 것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다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등 공익 침해형 불법행위 400여 가지를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신분을 숨긴 신고자를 알아내려 하기만 해도 처벌하고, 혹여 신고자가 드러나도 직장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괴롭히면 마찬가지로 제재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고자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신고서. 신고항목이 ‘부패신고’로 돼 있다.


그런데 류희림 위원장의 비위 의혹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고, 공익신고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신고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민원인 정보 누설을 처벌할 수 있다고 세계일보는 변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류 위원장의 내부감사와 수사의뢰, 이어진 압수수색에 반발해 신고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노조를 비판한 셈이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은 비판이다. 애초 신고자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공익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기반해 부패신고를 했다. 부패신고는 공직자의 뇌물수수나 이해충돌 등 청렴의무, 행동강령 위반이 신고 대상이다. 방심위는 표면적으로는 민간독립기구이지만,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돼 이 법에 적용을 받는다.


더욱이 공익신고자보호법이나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모두 국민권익위원회 소관 법률로, 신고자 보호체계가 같다. 부패신고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어쩔 수 없이 조금 있었더라도 공익신고와 똑같이 재판에서 법적 책임을 감면받거나 아예 면할 수 있다.


법은 나뉘어 있지만 이들 모두 내부고발을 장려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큰 틀에서는 ‘부패·공익신고’로 묶여 있다. 엄밀히 따지면 분명 다르지만 부패신고자를 편의상 공익신고자로 혼용해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류희림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비실명 대리신고한 박은선 변호사는 “변호사의 주장은 다양할 수 있지만 신고자 측 반론을 세계일보가 취재하지 않았다”며 “광의의 공익신고자 개념을 간과해 규정을 왜곡한 채 한쪽 주장만 인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 등을 시켜 심의 민원을 내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에 모두 합해 과징금 1억2000만원을 부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세계일보는 해당 기사에 한경주 변호사(전진한국 대표)의 인터뷰만 전체 분량의 절반 가까이 할애했다. 기자협회보는 한 변호사에게 세계일보가 인터뷰 일부를 빠뜨리지 않았는지, 권익위 소관 법률체계를 알고 있거나 관련 사건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지를 사흘 동안 세 차례 사무실을 통해 질문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도 사무실을 통해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하지 않았다.


방심위 노조는 지난 22일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세계일보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1000여 만원을 요구했다. 호루라기재단, 참여연대 등의 도움으로 구성된 6명의 공동변호인단은 권익위가 요구하는 추가 자료 제출을 마친 상태다. 권익위는 신고자에 대한 부당한 감사나 징계, 인사조치 등 불이익조치 절차가 우려돼 일시정지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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