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허남설 경향신문 기자

[단신/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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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전공자인 일간지 기자가 서울의 ‘못생긴’ 곳이 도시 생태계 맥락에서 지닌 의미를 담은 책이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가파른 골목의 다산동 주택밀집지, 좁은 골목탓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창신동 등의 역사와 부침, 주민 이야기가 포함됐다. 낙후지역이 서울 내에서 또 주변과 맞물려 자생한 방식, 역할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져 온 도시개발에 대한 지적이 골자다. 예컨대 이 동네 폐지 줍는 노인 덕분에 자원순환이 이뤄지지만 재개발은 그들의 집을 없애는 쪽으로 실행돼 왔다. 동대문 의류업계 배후 생산기지로서 창신동을 오가는 퀵서비스·배달 오토바이의 골목 생태계는 고려되지 못한다. 저자는 이를 “스스로 도시의 하부구조를 야금야금 갉아먹은 게 아닐까”라고 진단한다.


세계 여러 도시엔 못생긴 부분이 반드시 존재하고 이는 오류가 아닌 필연적 소산이다. 책은 도시의 못생김을 어떻게 다룰지와 관련해 구경꾼의 자리에서 암묵적 동조를 해온 우리 태도를 경계하자고, 조감도가 아닌 투시도의 세심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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