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사까지… 방심위, 모든 온라인 콘텐츠 심의·제재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출범
직원 6명, 모니터요원 10명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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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공식 출범시켰다. 센터장과 직원 6명, 모니터 요원 10명으로 구성된 이 전담센터에서 앞으로 ‘가짜뉴스’ 신고 접수부터 처리까지 심의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심의대상은 인터넷 언론사 보도와 동영상 등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아우른다. 온라인에 유통되는 모든 신문 기사와 유튜브 영상 등도 포함된다는 뜻이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해서 공적 규제를 받아왔던 방송을 넘어 민간 자율규제 영역에 있던 신문까지 심의와 제재를 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류희림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에 보도된 김만배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구실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 근절 TF’를 구성한 게 지난 6일. 그리고 이틀 뒤 취임한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이 “가짜뉴스 척결”을 취임 일성으로 밝히면서 방통위와 방심위가 합작한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내용규제를 할 수 없는 방통위는 방심위가 “협력기관”임을 내세워 “방심위 원스톱 신속심의” 방침을 지난 18일 밝혔고, 이에 화답하듯 방심위는 가짜뉴스 신고창구 마련, “인터넷 언론사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까지 심의 확대” 등의 세부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사흘 만인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공식 출범했다.

방통위법이 정한 직무 범위 벗어나... 경찰수사 의뢰 요청하겠다고 밝혀

방통위와 방심위의 가짜뉴스 대책은 위헌·위법 논란과 더불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낳고 있다. 방심위는 가짜뉴스 긴급심의 사안으로 “긴급재난 사항,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사항”을 들었는데, 이는 방통위법이 정한 방심위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다. 근거 법령인 방통위법 시행령과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따르면 방심위가 심의할 수 있는 온라인상 정보는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로 한정된다. 하위 규칙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 있지만, 해당 조항은 자의적 해석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 왔으며, 이를 언론 보도에 적용해 심의한 사례는 더욱이 없었다.


만일 방심위가 인터넷 보도에 대해 ‘사회적 혼란’ 등을 들어 삭제·차단을 결정하면 방통위는 포털 등에 이를 명령할 수 있다. 포털이 규제 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언론사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털에서 기사가 바로 삭제·차단될 수 있다.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진술 기회조차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를 들며 주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방심위는 심의규정 위반 언론사에 대해 “인터넷 언론 등록 관할 지자체 등 행정기관과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유해정보 유통사실을 통보”하고 “경찰 수사 의뢰”까지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가 밝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갈아타기 방지’ 입법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방심위의 결정이 언론사 폐간과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방심위 결정으로 매체 폐간될 수도... 구성원들 사이서도 문제 제기 나와

합의제 기구인 방심위에서 이처럼 언론과 심의제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들이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 전권으로 사실상 결정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야당 추천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이 방통위의 하명대로 업무처리 하는 것 같아 대단히 유감”이라며 “위원장이 정책을 단독으로 발표할 수 있다면 독임제 기구지 합의제 기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방심위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구성과 인사 발령 과정에서 “노조와의 소통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하며 “위원회의 중대한 업무를 수행할 센터 구성을 왜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했는가? 초등학교 집행부를 꾸려도 이렇게까지 대충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가 속도를 내면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1일 논평에서 “그간 ‘가짜뉴스 근절’을 내세운 여러 법제도 방안들이 나왔지만 이처럼 헌법과 언론법규범에 명백히 반하는 제도를 난폭하게 밀어붙인 적은 없었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하루빨리 방송통신 행정기관들의 위헌적 일탈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인권센터도 20일 “정치적 판단이 앞선 무분별한 가짜뉴스 색출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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