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광고주 TV 광고비, 1분기만 전년비 -1290억

[방송사들, 비전 없이 희생만 강요]
JTBC 비정규직 40% 감축 추진
언론계에 종편 포기설 나돌기도

EBS 파견·계약 100% 감원 진행
MBC 5월말~6월초 긴축안 발표

  • 페이스북
  • 트위치

올해 1분기, 최악의 경영 성적표를 받아든 방송사들이 긴축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편성 감소 등 제작비 감축과 더불어 비정규직 감원, 임원 임금 반납 등 다양한 대책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2분기를 기점으로 광고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올해의 경우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곤 특별한 행사가 없어 그 반등조차 미약할 것이란 예측 역시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 경영의 최대 피해자인 방송사 구성원들은 회사의 대책 없는 비용 절감 방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수익을 다각화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찾으란 주문이다.


앞서 지난 17일 언론계엔 JTBC가 종합편성채널을 포기한다는 글이 돌았다.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대규모 경영 쇄신 중인 JTBC가 보도 기능은 포기하고 예능·드라마만 전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글이 삽시간에 돌고 구성원들이 동요하자 전진배 JTBC 보도담당 대표이사는 서둘러 구성원들에 관련 내용을 해명했다. “경영 쇄신 중인 것도 맞고 경영난도 심각하지만 종편을 포기하면서 예능·드라마만 전담한다는 건 방송법상 불가능한, 악의적이고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설에 대해서도 “정규직은 쉽게 자를 수 없다”며 동요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다만 전 대표 말처럼 JTBC가 현재 경영 쇄신 중인 것은 맞다. JTBC는 최근 상징적인 차원에서 임원들에 임금 10%를 반납케 했다. 또 조만간 비정규직 인력 감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연장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장기적으론 40% 정도 감축 계획이다. 또 올해 임금협상의 경우에도 하반기 경영 상황이 나아진 후 임금 인상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비상 경영 상황은 JTBC 뿐만이 아니다. MBC도 1분기 광고수입이 크게 감소하며 최근 긴축 방안을 추진하려 했다가 구성원들의 반발로 보류했다. 프로그램 제작 시기 조정, 홍보비용 축소, 직급 승진 일부 보류, 신입사원 채용 중단 등 구체적인 안까지 논의되고, 월별 계획까지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 24일 있을 사장 정책설명회 이후 긴축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MBC 한 기자는 “사장이 정책설명회에서 경영 상태나 긴축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구성원들에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안은 5월 말이나 6월 초 발표하는 것으로 들었고, 아마 시행은 하반기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256억원의 경영 적자를 낸 EBS도 올해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비정규직 감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말 직원 대상 공청회를 통해 ‘파견직, 계약직 100% 감원’ 정책을 공지하고, 실행에 옮기는 상황이다. 명시적으로 비용 절감 안을 내놓진 않았지만 KBS도 내부적으로 긴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덕재 KBS 부사장은 지난 2월15일 임시이사회에서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된다고 판단될 시 재정안정화 전략회의를 통해 전사적인 예산대책을 조기 시행하고자 한다”며 “금년도에는 사실 드라마 편성을 이미 줄여놓은 상태에 있다. 예능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도 작년엔 신규 프로그램을 상당히 많이 론칭했지만 금년엔 숫자를 줄이고 될 만한 프로그램에 집중 지원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송사들의 1분기 광고수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BS의 경우 1분기 광고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2억원(36%) 줄었고, JTBC와 YTN도 1분기 매출액이 각각 107억원, 73억원씩 빠졌다. 닐슨코리아가 제공하는 100대 광고주 광고비 현황에서도 TV 광고비 하락 추세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1분기 TV 광고비가 7209억원이었는데 올해는 5919억원으로 1290억원(18%)이 빠졌다.


다만 경영진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춘 성장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당장의 비용 절감 방안만 들고 오면서 구성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1일 노보에서 “실적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낭비성 지출을 줄이는 것을 문제 삼을 구성원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비용 절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 비용 절감보다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매출을 어떻게 증대시킬 것인지, 콘텐츠 경쟁력은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방안을 내놓는 것이 경영진의 사명”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도 사측의 비용 절감 안은 “구성원의 고혈을 짜내고 장기적으로 EBS 콘텐츠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미봉책”이라며 “지금까지의 독단과 오판을 인정하고 256억 적자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