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여론수렴 놓고 KBS 안팎 논란

언론단체 "방송장악 획책"
KBS "분리징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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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가 또 정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대통령실이 지난 9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에 대한 여론 수렴을 두고 KBS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9일까지 국민제안 사이트의 ‘국민참여 토론’을 통해 현재 전기요금과 통합해 걷는 TV수신료(월 2500원) 징수방식에 개선이 필요한지 찬반 의견을 물었다. 대통령실이 지난해 6월 온라인 소통창구인 국민제안을 오픈한 이후, 국민참여 토론 공간에 직접 안건을 올린 건 도서정가제에 이어 수신료가 두 번째다. 9일 의견 수렴을 마감한 결과 지금의 통합 징수방식을 바꿔야 한다(찬성)에 5만6226명, 유지해야 한다(비추천)에 2025명이 공감했다.

전국언론노조가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TV수신료 분리 징수’를 쟁점화한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언론노조는 국민제안 사이트상에서 중복 투표가 가능한 구조와 대통령실 행태를 비판하며 “국민제안 절차는 공론장을 열고자 함이 아니라 한 편의 여론 조작극이었다”고 했다. /김달아 기자


국민참여 토론이 진행 중이던 지난 5일 사이트상의 여론 수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동일인이 계정 여러 개를 만들어 중복 투표를 할 수 있어 추천·비추천 수에 오류가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날 조선일보는 찬반 공감 수를 퍼센트(%)로 산정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따로 걷자는 응답(찬성)이 96.1%(당시 4만2120명)”라며 수신료에 부정적인 반응을 부각했다. 대통령실은 의견 수렴 종료 직후 공식입장 대신 언론보도로 수신료·전기요금 분리 징수 의사를 피력했다. 10일 중앙일보 보도 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KBS 수신료는 1994년 수신료 합산 징수에 대한 근거 규정이 새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당연히 분리해 징수했다”며 “이번에 합산 징수가 없어진다면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KBS는 지난 1994년부터 한전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해왔다. 방송법 제66조 ‘공사(KBS)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에 따른 것이다. 한전 위탁징수 이후 수신료 징수 효율성은 크게 뛰었다. 위탁징수 전인 1993년 52.6%였던 수신료 납부율은 현재(2021년 기준) 99.9%다. KBS의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재원의 45%인 6934억원 규모다. 한전이 받는 위탁수수료는 수신료의 6.8%로,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450억원씩이었다. KBS와 한전은 3년 단위로 위탁계약을 갱신해왔는데, 이번 계약은 내년 12월 만료된다.


수신료·전기요금 분리 징수는 사실상 수신료 납부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집에 TV수상기가 있는 일반 국민은 반드시 수신료를 내야 한다. 수신료는 TV를 시청하는 대가인 시청료와는 다른 개념으로, 헌법재판소는 1999년·2008년 수신료를 ‘공영방송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다. 2016년 대법원은 수신료 납부와 위탁징수 모두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분리 징수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시행령 개정을 꺼내 들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은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을 손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법 시행령 제42조 2항 ‘지정받은 자(한전)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분리 징수가 가능한 내용으로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분리 징수 추진에 KBS 양대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쟁점화를 “방송장악 획책”이라고 비판한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10일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징수라는 이슈를 꺼내 들어 공영방송 길들이기와 언론 탄압에 더 속도를 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합원 규모가 두 번째로 큰 KBS노동조합은 이번 사태에 김의철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KBS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 독일·영국·일본과 비교해 5분의 1, 10분의 1에 불과한 KBS의 수신료이지만 그나마 효율적인 통합 징수방식 덕분에 수신료의 낭비 없이 재원을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할 수 있다”며 “이번 국민제안 결과를 계기로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시청자를 위한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KBS는 오는 13일 기자 대상 설명회를 열어 국민제안 의견 청취 결과와 수신료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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