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체육시설 부족의 아쉬움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지난해 9월 코리아 휠체어컬링리그를 취재하러 경북 의성에 갔을 때다. 휠체어컬링리그는 국내 처음 도입된 겨울 장애인스포츠 리그였다.


의성컬링센터의 빙질 자체는 괜찮았다. 선수들도 리그 상위권 도약을 위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컬링장 시설이 아쉬움을 남겼다. 휠체어가 드나들기에는 통로가 비좁았고 화장실 이용도 불편했다. 이는 비단 의성컬링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체육시설은 낙후돼 있고, 여기에 장애인 편의시설까지는 언감생심이다. 지자체에서는 예산 문제를 얘기하지만, 비장애인 체육시설에 관한 관심이 그만큼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화장실에 장애인을 위한 거치대를 설치하는 게 그리 큰 예산이 드는 일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지난 1월16일 발표한 2022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주 2회 이상(1회당 30분 이상) 집 밖에서 운동하는 장애인은 전체 26.6%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24.9%)과 비교하면 1.7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12년(10.6%)에 비해선 약 2.5배 늘어났다. 10년 전에는 10명 중 1명만이 바깥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4명 중 1명꼴로 집 밖에서 심신을 단련 중인 셈이다.


늘어난 수치가 반갑지만 전체 생활체육 참여율(60.8%·2021년 기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도 장애인 4명 중 3명은 바깥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이들도 절반 가까이(45.7%)는 근처 야외 등산로 혹은 공원만 이용한다. 혼자 운동하기가 어렵고, 접근성 또한 떨어져서 전문 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 체육시설인 반다비 체육센터가 곳곳에 지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 장애인스포츠 선수는 “경기장에서 기본 생리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데 누가 운동하려는 마음을 먹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 연수 시절 아이들과 함께 갔던 수영장에는 장애인을 위한 부대 시설이 꼭 있었다.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와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바로 수영장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시설들이 동네 수영장이건, 소도시 호텔 수영장이건 어디에나 있었다. 설치가 까다롭거나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몸의 한계로 이동에 제약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한 공간 안에서의 차별은 없었다.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에게 운동은 중요하다. 의성컬링센터에서 만난 보훈 베테랑스의 리드 김시경 선수는 “운동이라면 ‘극혐’했는데 마흔한 살에 휠체어컬링을 시작하고 ‘왜 이렇게 늦게 시작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라면서 “운동하면서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서로 만나 웃을 일도 많아졌다. 닫힌 마음이 열린 마음이 됐다”라고도 했다.


미국프로야구 오랜 격언 중 하나로 ‘지어라, 그러면 올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경기장 등을 지으면 사람은 자연적으로 찬다는 얘기다. 스포츠만큼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복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시설 등을 고민할 때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엔 아직 집 밖으로 나서길 주저하는 73.4% 장애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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