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80) 굿바이, 더 퀸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8시 정각이 되자 런던 웨스트민스터 일대가 순식간에 고요함에 휩싸였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영국 전역이 1분 동안 멈춘 것입니다. 여왕의 장례를 위해 도로를 정비하며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도 잠시 작업을 멈췄습니다. 안전모를 벗고 두 손을 모아 여왕을 추모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셔터소리가 민망하게 들릴 정도로 정적이 주위를 감쌌습니다.


70년 동안 재위한 군주의 죽음은 영국 국민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를 대변하듯 여왕의 관을 모신 웨스트민스터 홀을 방문하기 위해 6km가 넘는 줄이 생겼습니다. 입장하려면 16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지만 추모객들은 지치거나 짜증을 내는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여왕을 추모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추모객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울기도 하고 포옹하기도 하며 슬픔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여왕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습니다. 한 추모객은 “여왕은 나의 정신적 지주”라며 “이날을 평생 간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국민은 이제 찰스 3세 국왕이라는 새로운 군주를 맞이하게 됩니다. 75세로 고령인 찰스 3세가 왕이 되면서 낮은 지지율에 대한 우려와 군주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 세대에 걸쳐 사랑을 받고 카리스마 있었던 어머니의 존재를 그가 어떻게 이어받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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