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돈 내고 디지털 뉴스 보는 시대' 연다

[부분 유료화 9월 말~10월 초 론칭]
설명회서 13개 유료 프로젝트 공개
기존 부서 인력 20% 뽑아 새 팀으로

업계 "조선·한경, 비슷한 실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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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조만간 디지털 유료화 실험을 시작한다. 1년 전 홈페이지와 모바일 개편을 단행하며 독자들의 회원가입을 적극 유도했던 중앙일보는 그 연장선에서 이제 유료화를 향한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유료화는 전체 콘텐츠가 아닌 일부 콘텐츠에 부분적으로 적용되지만 디지털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국내에서 그 실험의 의미가 작지 않다. 게다가 지면 중심의 수익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 자사 홈페이지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포털 의존도를 줄이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지난 9일 팀장급 이상 기자들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콘텐츠 부분 유료화 방침을 밝혔다.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로 예정일을 잡고, 개발자들과 고민해온 유료화 페이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결제 방식 등을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확정짓진 않았지만 대체적인 연간·월간 이용금액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13척의 배”라는 이름으로 13개의 유료화 프로젝트 역시 발표됐다.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백성호 종교전문기자나 성호준 골프전문기자의 콘텐츠 등을 포함해 각 부서에서 유료로 전환할만한 콘텐츠들이 보고됐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홈페이지 등을 개편하며 회원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스페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이 중 많이 읽히는 콘텐츠들을 중심으로 유료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유료 콘텐츠를 위한 팀도 따로 만들었다. 구체적인 인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사회·문화 등 기존 부서 인력의 20% 정도를 차출해 유료 콘텐츠 팀으로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앙일보의 유료화 실험이 일정 성과를 거두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기사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구독 경험이 국내에선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고, 유료 구독 플랫폼인 네이버의 ‘프리미엄 콘텐츠’조차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보기 위해 지난 1년 사이 디지털 구독, 기사 단건 결제, 후원 등의 방식으로 지불한 경험이 있는 국내 응답자는 14%였는데, 40개국 평균인 16%를 넘지 못했다. 처음 조사한 2016년 6%에 비하면 6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디지털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의미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온라인 뉴스 중 일부를 로그인 회원들에게만 공개하는 ‘로그인 월’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서 뉴스를 보는 정서부터 만들어야 그 다음 단계인 구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로그인 월을 도입하며 지난해 연말까지 30만명의 독자 확보를 목표로 했던 중앙일보는 현재 80만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며 독자들의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있다. 이 회원들이 실제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가 앞으로의 실험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이번 실험을 단기간에 마무리 짓는 ‘깜짝쇼’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길게는 3~5년 정도를 내다보며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령별, 성별, 지역별 등의 구분을 통해 어떤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선호해 유료 독자가 되는지를 파악할 예정이다. 유료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 뉴욕타임스조차 한 차례 유료화를 철회한 이후 다시 추진한 바 있고, 그 과정에서 10년간 데이터 시각화, 독자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실험을 지속했다. 김종윤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지난해 로그인 월 도입 이후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만 해도 유료 구독자 수 등이 바닥을 기다가 급반등하는 ‘하키스틱 모델’이었고 수 년 이상이 걸렸다”며 “돈 주고 콘텐트를 사게끔 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영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이 있는 뉴욕타임스 등과 비교하면 국내 언론사의 입지는 더욱 좁고 중앙일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내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만 포털에 의존하는 구조에선 아무리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더라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 오프라인 시장의 수익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이 이번 유료화 실험의 강력한 당위성으로 작동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앙일보의 유료화를 시작으로 로그인 월을 도입했던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신문 등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잇따를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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