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언론인들 합심해 '기후위기 영화제' 개최한다

11일부터 닷새간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기후문제 정면으로 다뤄

  • 페이스북
  • 트위치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딱딱하고 지루한, 환경 운동가들의 구호로만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관련 증거가 아무리 쏟아져도, 과학자들이 거듭 경고해도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때였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에 더해 매년 빠르게 달아오르는 지구를 목격하며 기후위기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 용기내 챌린지(배달 대신 다회용기 등에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운동)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기후위기는 어느덧 시대적 과제가 됐다.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하나뿐인 지구영상제<사진>’는 그래서 더욱 시의 적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제다. 환경, 그 중에서도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는 세계 최초의 영화제여서다. 특히 진재운 KNN 기자가 고안하고 부산 지역 언론인들이 참여하면서 언론계엔 더욱 뜻깊은 영화제가 됐다.


지구영상제의 시작은 지난 2013년이었다. 그 해 국제조류영화제인 프랑스 ‘메니구트 영화제’에 초청받은 진재운 기자는 관객들의 관심과 열정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자연스레 한국에서도 환경영화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 때부터 예산 확보 등 관련 준비를 시작했다. 다만 영화제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시도와 좌절이 있었고, 결국 지난해 초가 돼서야 부산시에서 예산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영화제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진 기자는 행사를 치르기 위해 사단법인 ‘자연의 권리찾기’를 결성하고 부산 지역 영화계와 법조계, 기업·산업계, 시민사회단체 등 40명이 넘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원으로 초빙해 함께 영화제를 준비했다.


가장 공을 들인 건 수많은 환경영화제 가운데 새로 만들 영화제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진 기자는 “환경영화제가 큰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데 부산엔 없으니까, 처음엔 환경 전체를 다루는 영화제를 하나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환경이라는 범주를 너무 넓게 잡으면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게 뭔지 알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급한 게 뭔가, 자연스레 기후변화가 떠올랐고 기후변화를 정면으로 다루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아닌 유일한 영화제가 될 수 있을 거라 결론 내렸다. 영화제뿐만 아니라 컨퍼런스와 강연, 환경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하는 기후위기 플랫폼 영화제로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이 시기로 잡은 이유도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본격화하는 때, 직접 기후변화를 체감하며 영화를 봐야 지금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을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올해는 예산상의 이유로 야외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향후 야외상영을 늘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영화의전당과 부산시민공원 잔디마당에서 3편의 작품이 야외상영으로 진행된다.


이번 영화제엔 20개국 40여편의 환경영화가 상영된다. 모두 기후변화를 주제로 하면서도 극복 가능성을 담은 작품들이다. 특히 상영작 중 TV 다큐멘터리가 절반을 차지한다. 이 중엔 언론인들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유룡 전주MBC 기자의 ‘육식의 반란’이나 허태정 MBC PD의 ‘북극의 눈물’ 등이다. 이정수 KBS PD의 ‘환경스페셜 불타는 물의 천국 판타날’은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제엔 여러 부산 지역 기자들이 홍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산일보, 국제신문, 부산MBC, 부산CBS 등에서 9명의 기자가 홍보 기사를 쓰며 영화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진 기자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는 일인데 특정 언론사의 행사가 되는 순간 다른 언론사는 외면을 하게 된다”며 “환경에 관심이 있는 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참여시키고 역할을 맡겨 모두가 공유하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구영상제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제공해 정책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향후 목표로 삼고 있다. 진 기자는 “이런 변화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이 영화제의 역할이고 그때까지 기후위기를 주제로 영화제는 갈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