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74) 모두 없어질 그 날까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잔재 지우기가 한창입니다. 2013년부터 러시아어로 된 거리 이름 바꾸기 등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2014년 3월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 이후 활발해졌다가 이번 전쟁이 시작되고 다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루블화까지 자취를 감췄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루블화 모습을 지웠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거리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환전소에는 빈칸이 있거나 00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원래 루블화가 있던 자리입니다. 루블화 자리에 다른 나라 화폐를 적어둔 곳도 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호텔 환전소에는 루블화를 뜻하는 ‘R’위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붙여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에 있던 일제 잔재는 얼마나 사라졌나 되돌아봤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잔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일본식 표현인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여전히 ‘유아학교’는 어색합니다. 일본식 표현인 ‘천연두’를 ‘두창’으로 부르며 ‘두창’에 모두가 익숙하게 만든 언론계에서 하나씩 고쳐나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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