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모티브 원천스토리로 웹툰·드라마·영화 진출

[미디어 뉴 웨이브] 직업물·실화 콘텐츠기획사 '팩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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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SBS에서 방영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악마음)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사건 당시 수사와 검거에 핵심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 동료들을 모델로 삼은 드라마였다. 최고 시청률 8.3%(닐슨코리아)를 기록했고 만듦새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드라마 원천 스토리를 제공했고 기획을 통해 영상화까지 이어간 팩트스토리 고나무 대표는 지난 7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통해 대외적 인지도란 자산이 어느 정도 생겨 도움을 받고 있다. ‘악마음을 했다’하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작이 명함이란 말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국내에선 미국처럼 논픽션이 드라마 되기가 어렵다는 시선이 있는데 이 사례를 부정할 순 없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2017년 12월 법인을 설립한 웹소설·웹툰·논픽션 스토리기획사는 직업물·실화 모티브 전문, 영상화를 전제로 한 기획을 진행하는 데서 차별점을 지닌다. 고 대표를 포함해 총 3명이 함꼐 하고 있다. 사진은 회의 중인 고 대표 모습. /팩트스토리 제공


팩트스토리는 직업물·실화 모티브 웹소설·웹툰·논픽션 스토리기획사다. 2017년 12월 한겨레 사내 벤처로 시작해 현재까지 총 16편의 전문직 웹소설, 르포논픽션을 제작했고, 20여편의 스토리를 개발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대표작은 ‘악마음’을 비롯해 관세청 밀수 조사팀을 소재로 삼은 웹소설 ‘오늘, 밀수범 잡으러 갑니다’, 듀스 김성재 변사 사건을 다룬 르포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 등이다. 원천 스토리를 개발해 웹툰이나 드라마·영화화까지 이어가는 스토리기획사인데, 영상화를 최대한 지향하며 특정 직업세계나 실화 모티브 스토리에 전문화된 기획을 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그간 영화·드라마화 계약을 5건 체결하며 타율도 높은 편이다.

“영상 제작사와 초기 단계부터 공동기획이나 협업을 많이 했다. 판권이 팔릴 확률이 높아지고, 제작자도 각본 개발 기한이 단축돼 이득이기 때문이다. 5년 전부터 ‘어떤 스토리는 확장돼야 한다’는 게 사업 콘셉트였고 영상화를 중히 봤다. IP(지식재산권) 확장이 스토리 업계 중요 화두인데 처음부터 기획해서 영상화 계약까지 간 경험과 노하우는 ‘일단 책을 냈는데 잘 팔리더라’는 곳과 달리 더 가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주요 매출은 유료 시장인 웹툰, 웹소설에서 나오고, 영상화 계약 시 판권 역시 매출로 잡힌다. 처음엔 ‘실화 기반’ 스토리 기획사를 표방하며 개발 스토리 중 논픽션이 50% 이상이었고 포맷 역시 웹소설 중심이었지만 사업적 판단에 변화가 있었다. 현재 논픽션은 20% 내외로 줄었고, ‘실화 모티브’ 픽션이 대폭 늘어 “직업묘사와 에피소드는 실화에 기반하되 인물은 철저히 창작”하는 작업이 많다. 결과물의 포맷이나 장르를 넓혀 더 큰 시장을 노린다. 그 외 컨설팅 용역 매출엔 방송 프로그램 아이템으로 오리지널 스토리를 제공(EBS 기업 히스토리 다큐 ‘EBR모멘트’)하는 사업이 포함된다. 특히 자문 컨설팅의 경우 실화 소재 각본 개발 시 필요한 인물취재 등을 진행해 기획회의에 참여하고 발생 가능한 법적 자문 등도 전하는 용역인데, 그간 6회를 진행해 건당 1000만원 이상 비용을 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웹소설·웹툰 ‘재혼황후’ 등으로 잘 알려진 종합 콘텐츠 그룹 엠스토리허브로부터 약 10억원을 투자 받으며 지배구조에 변화를 겪었다. 언론사 사내 벤처가 시장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드문 사례다. 재무적으로 새 대주주를 맞았고, 콘텐츠 생산면에선 드라마제작사 지앤지프로덕션 등 6개 이상의 계열사가 협업파트너가 되며 그룹 내에서 “원천 스토리를 영상으로 풀 자체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3건 이상의 웹툰을 기획, 개발하는 등 웹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드라마부문에선 판권 계약을 넘어 공동 제작까지 영역을 넓히려 한다. 고 대표는 “올 초 두 곳의 영상 제작사와 각각 원천스토리 공동 제작계약을 체결해 함께 기획 중이다. 양쪽이 절반씩 비용을 내 드라마화를 목표로 웹툰이나 웹소설을 개발하고 대신 영상화 독점권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기획하지 않았어도 좋은 스토리를 발굴해 제작사 대표에게 연결하는 ‘딜링’ 혹은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고 확장하려 한다”고 했다.


2003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글쟁이’로 잘 알려졌고, ‘악마음’ 원작을 쓴 논픽션 작가이기도 한 고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언론계와 관련이 컸다. “기자 시절 시나리오 작가가 ‘형, 소주 한잔 먹어요’ 해서 나가면 사람 소개시켜 주고, 변호사 묘사가 괜찮은지 얘기해주고 끝난다. ‘취재력을 갖춘 기자의 능력, 네트워크란 자산은 얼마짜리일까’ 생각이 들었다. 언론사를 나오고 자부심을 가져도 될 가격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와 계약을 맺고 드라마·웹툰 각본 자문, 방송 출연 등으로 연결하는 현 자문단 사업은 이 문제의식의 발로다. 팩트를 다루는 기자나 언론은 원천 스토리 창작 주체로서 여전히 잠재적 파트너다. 실제 최근 드라마화를 목표로 하는 르포, 논픽션 취재 및 집필을 두고 한 매체와 협업을 논의 중이고 계약 초안 단계다. 특정 기자가 담당하되 회사는 업무시간 일부를 할애하고 대신 수익을 나눠받는다. 3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협업이다.


설립 5년째이지만 지난해 “한 자릿수 억대 매출”을 거두는 등 그간 재무적인 성과가 좋진 않았다. 그는 “언론사 스타트업이면 박수를 받았겠지만 저흰 상업 스토리 기획사고 엄연히 한계”라며 “기존보다 큰 매출이 올해 목표다. 다만 당장 수익회수보다 제작과 개발비용 투입에 치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리얼한 직업묘사가 스토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콘텐츠가 확연히 많아졌고, 20년 전 미국에서 인기를 끈 실화 기반 영화, 드라마 시장이 뒤늦게 한국에도 오고 있다”며 “업계에 정형화된 사업 방식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하지 않았던 실험이 자산이자 사업모델이 되더라. 애초 설립이유이자 목표인 실험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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