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속보 아닐지언정… 잔잔한 감동 준 기자들

[배재흥 경인일보 기자]
발달장애인 형제 사안 지속보도

[곽경근 쿠키뉴스 대기자]
정년 넘은 65세에도 현장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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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사회교육부 배재흥 기자는 지난달 3일 ‘경기 안산에서 발달장애 형제를 돌보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는 기사를 쓰고 곧장 안산 빈소로 향했다. 오전 10시께, 만 5년차 기자는 빈소에 도착해 눈치를 봤다. 가족은 장례식장 직원과 빈소를 어떻게 차릴지 얘기하고 있었다. 수습 시절부터 해온 일이지만 가까운 이를 막 잃은 이들에게 기사를 쓰겠다고 이것저것 물어야 되는 일은 쉬워질 수가 없다. “떨렸다.”


주변을 서성이다 고인을 알았던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을 발견하고 그 옆에 앉았다. “조용히 명함만 드리고 받고 했다.” 가족들이 이들을 만나러 왔을 때 자연스레 끼어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취재는커녕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인데 “이번엔 가족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렇게 1시간30분을 머물렀고 다음날 기사 <20대 발달장애 형제 한평생 돌본 부정...경제적 고통에 악재 겹쳐 극단적 선택>을 썼다.


고인은 한부모가정의 가장으로 20대 후반 발달장애인 형제를 평생 홀로 키우며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많은 경우 사건사고 보도는 경찰 등의 브리핑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으로 끝이고 이번 케이스도 그러기 쉬웠다. 배 기자는 “경찰 쪽 설명 외에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고, 그냥 흘러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장례식장에 가서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야지 싶었다”며 “지난 3월 수원에서 발달장애인 엄마가 8세 아이를 살해한 사건을 최초 보도한 이후 부서에서 쭉 관련 사안을 챙겨오던 터라 사연에 더 관심이 간 측면도 있다”고 했다.


남은 형제를 누가 돌볼지 문제가 남아있었다. 가족, 단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얘기해보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2주쯤 후 장례식장에서 받은 명함을 찾아 전화를 걸어, 안산시와 지역 장애인단체가 형제의 자립을 적극 돕기로 했다는 반가운 얘길 들을 수 있었다. 지난달 23일 기사 <발달장애인의 ‘홀로서기’...부모에게 한줄기 빛이될까>, 28일 칼럼 <지역사회란 무엇인가>가 나온 배경이다.

배재흥 경인일보 기자


칼럼에서 배 기자는 “지역사회가 두 형제를 품어보겠다고 한다. 초연결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 새삼 지역사회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웃의 안위를 생각하는 존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나마 지역사회란 이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고 적었다. 기사화 될 가능성이 낮아도 거기 가는, 가까이서 묻고 듣는 어떤 기자는 언론, 특히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라 할만하다.


이렇게 보면 기자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태도’일지 모르겠다. 모두를 뒤흔들 특종이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기획을 취재하는 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맡은 일을 언제까지나 묵묵하고 성실하게 해내는 그런 자세 말이다. 정년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 시절과 다름 없이 뛰어다니는 곽경근 쿠키뉴스 기자는 함께 이 범주에 놓을 사례라 하겠다.


1958년생 사진기자는 최근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한국 나이로 올해 65세의 기자는 수상작 <토종 물고기까지 씨 말리는 민물가마우지 “보호냐, 퇴치냐”> 보도를 통해 최근 민물 가마우지 급증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 상수원 오염 등을 조명하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전했다. 곽 기자는 “민물 가마우지는 산란이 빠른 편이라 지난 4월 초부터 약 한 달 반 동안 남한강과 북한강 중상류, 지천을 혼자 또는 후배들과 총 10여차례 다니면서 취재를 했다”면서 “생태취재에 쓰는 600밀리 초망원렌즈 장비 등은 무거워서 한참 아래 친구들도 메고 다니라고 하면 힘들어 하는데 저는 지금도 그러고 다닌다. 피로회복이 더디긴 한데 석수장이나 지게꾼처럼 습관이 돼서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1988년 국민일보 창간과 함께 입사한 그는 사진부장, 국회사진팀장, 청와대출입기자 등을 역임했고 환경생태전문사진기자로 활약해왔다. 2013년 정년이 만 55세이던 시기 첫 퇴임을 했고 1년씩 유임을 하며 2018년 사진부 선임기자로 회사를 나가기까지 30년을 국민일보에 몸담았다. 퇴직 후 “최소 한 달은 쉬고 싶었다”던 기자는 보름만에 자회사 쿠키뉴스에 입사해 다시 필드로 복귀했다. “열흘 정도를 쉬니까 몸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카메라랑만 살아서 그런지 놀 거리도 없어 나중엔 얼른 나오란 말이 고맙더라”고 그는 말했다.

곽경근 쿠키뉴스 대기자


현재 그는 쿠키뉴스에서 취재본부 국장 겸 대기자를 맡고 있다. 과거 10여차례 각종 단체로부터 사진으로 상을 받아왔고, ‘이달의 기자상’ 수상만 이번을 포함해 세 번째다. 그는 “연식이 오래된 선배의 노욕 아닌가 출품할 때 망설였는데 회사에서 내보자 해서 내게 됐다. 좋아하는 사진을 하면서 월급도 받는 내 직업이 참 좋았고 나름 최선을 다 했던 것 같다”면서 “가족들한텐 미안하고 고맙다. 이제 아내는 어디가냐고 묻지도 않는다. 술담배 안하고 잡기도 없고 며칠만에 꼬질꼬질해져서 나타나도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완연한 현역인 그의 에너지와 열정은 여전하다. 복귀 직전 봉고차를 사서 개인 취재를 위한 사진전용으로 개조를 했다. 카메라 관련 장비, 각종 렌즈, 드론, 삼각대는 물론 냉장고까지 갖춘 차량은 약 3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주행거리가 약 12만km다. 그는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많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해보려 한다”면서 “수상소감으로 ‘후배들 긴장해라’ 했는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내보려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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