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사, 독자들이 싫어한다? 천만에"

경향 '코끼RE'·한국 '일잼원정대'
분량 제한 안 받는 콘텐츠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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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쇼츠(유튜브), 릴스(인스타그램) 같은 숏폼 콘텐츠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시대다. 요즘 MZ세대들은 10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길다고 짧은 영상을 찾고, ‘X배속’ 시청이 기본이라는데, 하물며 긴 글, 긴 기사를 볼까? 이에 관해선 디지털 유료 콘텐츠 시장이 일찌감치 가능성을 엿봤다. 퍼블리, 롱블랙,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등엔 200자 원고지 수십 매짜리 글이 주를 이루고, 이용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확실히 유익하다면’ 말이다.


최근 몇몇 언론에서도 ‘기사가 길면 독자가 외면한다는 건 오해’라는 요지의 분석 결과를 잇달아 내놓았다. “기사가 길어서 안 읽힌다기보다 안 읽히게 써서 안 읽히는 거다.” 박지윤 한국일보 기자도 동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기자가 지난 5월 ‘일잼원정대’ 연재를 시작하며 분량 생각 없이 긴 기사를 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흡인력 있는 기사는 읽히죠. 휴대폰으로 웹소설도 보는 시대잖아요. 조회수가 안 높아도 끝까지 보게 되는 기사들이 있어요. 기사가 길다고 안 본다? 게으른 해석이라고 생각해요.”


박 기자는 올 1월부터 1인 콘텐츠 실험실 ‘커리업(Caree-up)’을 이끌고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 “60대가 아닌 80대까지 일하는 ‘첫 세대’”라는 MZ세대들을 위해 일의 본질을 묻고 커리어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 성공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만 좇고 싶지 않아 3개월간 주변의 MZ세대 50명을 서베이하고 수요조사를 하고 나서 일잼원정대를 시작했다. 기사는 2주에 한 번, 두 편으로 나눠서 연재되는데 ‘분량 압박’이 엄청나다.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를 인터뷰한 1편은 원고지 100매 분량. “데스크가 길다고, 그만 쓰라고, 줄이라고” 했을 정도다. 같은 달 시작한 뉴스레터 ‘커리업’ 역시 ‘스크롤 압박’이 만만찮다. 하지만 박 기자는 몰입해서 읽는 경험이 생기면 다르다고 믿는다. 그래서 섭외 단계부터 “읽을 재미가 있는, 커리어 히스토리에 파도가 있는” 사람을 신중히 고르고, 그에 관한 모든 자료를 뒤져 사전조사를 한 뒤, “최소한 두 번은 만나” 인터뷰를 하고, 꼬박 이틀 동안 기사를 쓴다. “스크롤을 내리는 이용자 경험의 다양성”을 고려해 글의 짜임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박 기자는 “기사를 다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눈에 띄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그 부분만 보거나 관심이 생기는 부분 위주로 열심히 읽어도 된다. 그래서 볼드(bold) 처리도 열심히 하고, 사진이나 볼거리 같은 넛지들을 많이 넣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보거나 끝까지 읽진 않아도 다시 찾아 읽게 되는, 오래 읽히는 기사. 박 기자는 이런 작업이 타깃 독자층에 가닿아 콘텐츠 팬덤으로 확장되고, 여기서 시너지도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도 지난 2월부터 롱폼 기사 연재를 시작했다. 제목부터가 ‘다시 읽고 싶은 긴-이야기, 코끼RE’다. 전현진 기자가 관심 있는 건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기사 쓰기다. “기사들이 휘발성이 강하잖아요. 그래도 나중에 다시 한번 찾아보는 기사가 분명 있는데, 대체로 짧은 기사가 아니라 기승전결을 갖추고 단독 팩트보다 감정과 감성을 자극하는 정서적 역할을 하는 스토리가 있는 기사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전 기자는 2007년 발생한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사건을 15년 만에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고, 경북 의성까지 찾아가 시골 마을 주민과 고양이의 공존을 고민한다. 지난 4월 별세한 고 한승헌 변호사의 오비추어리를 60매 넘게 쓰기도 했다. 이런 기사를 쓰며 전 기자는 스스로 “일종의 다큐멘터리 PD 같다고 생각하며 접근”하기도 한다.


항상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기사를) 다시 보게 할까” 하는 거다. “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실제 벌어진 일이라도 소설처럼, 읽고 싶게 쓴 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그는 올해 안에 책이나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로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다. “틱톡, 쇼츠처럼 뭐든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긴 기사를 찾아 읽고 책을 읽고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온라인에서도 긴 기사를 읽고 영향받는 사람이 분명 있으니까요. 전 국민을 상대로 해서 전 국민이 읽어야만 가치 있는 게 아니라,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보고 영향받는 기사도 좋은 기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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