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랫동안 읽혔나 >>> 얼마나 클릭했나

[언론사들, 열독률·체류시간 눈 돌려]
본문 길이, 마우스 스크롤 깊이 등
독자 패턴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

중앙·한국, 열독률 자체분석 가능
통합CMS 구축 중인 경향·매경도
단계적으로 열독률 통계 개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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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페이지뷰)는 그동안 언론사 디지털 전략의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였다. 최근 언론사에선 기사가 ‘얼마나 많이 클릭됐는지’에 의존하는 걸 넘어서서 ‘얼마나 오랫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읽혔는지’를 분석하려는 흐름들이 감지된다. PV를 보완하는 지표로 ‘열독률’, ‘체류시간’ 등을 활용해 디지털에서 ‘읽히는’ 기사에 대해 고민하고, 향후 충성 독자까지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기사 열독률을 확인할 수 있는 자체 분석 툴을 마련한 곳이다. 2017년 중앙일보는 기사별 열독률(DRI·Deep Reading Index)을 분석하는 JA(중앙 어널리틱스)를 도입해 기자들도 해당 지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일보는 2020년 6월 새 CMS 허브(HERB)를 개발하며 기사 소비시간, 완독률 등을 집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올해 하반기 홈페이지 개편에 맞춰 PV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수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핵심 성과 지표’를 발표한다. 통합CMS 구축 작업을 하고 있는 매일경제신문과 경향신문은 기사 열독률 통계 개발도 단계적으로 마친다는 계획이다.


박재현 경향신문 신문국장은 “PV에 함몰된 콘텐츠 유통이 언론 스스로 위상을 흔들리게 했다는 건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좋은 기사의 가치를 PV라는 정량적인 지표 하나로 다 담을 수 없으니 다양한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열독률 높은 기사를 소개하는 시도도 있다. 한국일보는 CMS 개발과 맞물려 홈페이지에 기사 열독률 순위 차트인 ‘꼼꼼히 읽은 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차트에는 “하루 두 번, 이용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랜 시간 꼼꼼히 읽은 뉴스를 추천”한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김주성 한국일보 디지털전략부장은 “단순히 PV를 위한 게 아니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만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 기사를 잘 전달하고 반향을 일으키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꼼꼼히 본 뉴스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기사마다 읽는 시간이 표시가 돼 있다. 몇 분짜리 기사인지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는 2020년부터 ‘열독률 높은 기사입니다’ 차트를 홈페이지에 배치하고 있다. 아직 자체 통계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아 외부 업체의 기사 추천 서비스를 통해 공개하는 식이다. 매일경제 관계자는 “기사 길이도 웬만큼 되고, 체류 시간이 높은 기사 5개와 광고 배너를 배치하고 있다. 외부 업체의 추천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신 광고 수익을 나누는 게 현재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체로 열독률은 본문 길이, 마우스 스크롤 깊이, 체류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한다. 중앙일보는 같은 분량의 콘텐츠를 얼마나 오래 보는지를 측정해 지수화했고, 한국일보는 카카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다음카카오 열독률(DRI)’을 참고했다. DRI는 글·이미지·동영상 등 뉴스 분량에 따른 ‘예상 페이지 지속 시간’ 대비, 머문 시간과 스크롤 깊이 등으로 구한 ‘실제 페이지 지속 시간’의 비율이다.


결국 높은 열독 기사는 언론사 홈페이지 내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는 게 언론사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중앙일보는 홈페이지 체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활발히 작업해오고 있는 곳인데 올해 초 팀장급 등에게 PV보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기사생산에 주력하라고 주문하며 관련기사·사진 배치 등 ‘체류시간 늘리는 방법’을 기자들에게 공유했다.


기사 체류시간을 중시한 배경에 대해 중앙일보 관계자는 “충성 독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사 체류시간 주문은) 연초에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열독률과 체류시간 확대는 지속적인 방향성이고, 열독률 성과는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한두 가지 장치를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며 “좋은 콘텐츠, 이용자 맞춤형 추천, 독자 참여를 이끌어 내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방향성으로 중앙 플랫폼을 강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탈 포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열독률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 한겨레 노조에 이어 경향신문 노조가 지난달 자사 온라인 기사의 열독률을 분석한 보고서를 낸 이유다. 경향 노조는 ‘아웃링크(언론사 페이지로 연결) 의무화 제도’가 포함된 민주당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포털에서 유입된 독자가 사이트를 꾸준히 방문하고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충성 독자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열독, 차별화 기사가 정공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노조는 “독자가 뉴스 본문을 오래 읽었다는 의미는 뉴스 만족도와 관계있으며 향후 탈 포털·뉴스 유료화 추세에 언론사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일경제 관계자는 “언제 아웃링크가 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통합CMS 구축과 함께 11월을 목표로 홈페이지 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 자체 열독률 분석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홈페이지 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사이트를 방문하는 충성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속보성 기사보다 내용이 충실하고 탄탄한 기사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전체 언론사 대상 랭킹뉴스 서비스를 폐지하고, 기사 조회수도 언론사들이 선택적으로 명시할 수 있게 하면서 언론사 내 PV 경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변화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열독률 데이터를 얼마만큼 정확히 구현하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다. 체류시간, 스크롤 깊이 등 여러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계산되는 열독률은 PV처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호응하는 기사를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도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최우성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회사 차원에서 PV를 보완할 지표 개발을 진행하기도 했고, 노조 보고서가 나온 이후 카카오 쪽과 별도 미팅을 가졌지만 열독률이라는 것을 쉽게 정의를 내리고 거기에 맞는 분석 툴을 갖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사실 어느 부분은 포기를 하고 들여다본다거나, 회사의 방향에 따라 취사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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