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기자 조롱 캐리커처' 전시에 법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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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가 기자들을 희화화한 캐리커처를 제작하고 이를 전시한 작가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지난 3일 기자협회는 ‘굿바이 시즌2 -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전’을 개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을 향해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민예총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열고 있는 이 전시회에 기자들을 조롱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한 캐리커처가 걸려서다.

특히 서울민예총이 해당 캐리커처를 전시회 포스터로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포스터에는 언론인, 정치인, 변호사 등 110명의 얼굴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캐리커처가 실렸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기자였고, 소속 언론사와 기자 실명도 포스터에 기재됐다.

서울민예총이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열고 있는 '굿 바이 시즌2' 전시회 포스터. 왼쪽 이미지로 최초 공개했다가 논란이 되자 오른쪽 이미지로 교체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측은 지난 2일 포스터를 다른 이미지로 교체했다. 그러나 파장은 이어졌다. 이튿날 기자협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각각 비판 성명을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대체 어떤 기준으로 100명의 기자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작품을 지배하는 분노와 격정, 인권의 무시와 조롱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의 근거나 비평의 윤리를 (전시회에서) 찾아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캐리커처의 대상이 된 기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 전시회 이전에도 온라인상에서 해당 캐리커처가 공유되면서 조롱당하거나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있었다. 당사자인 한 기자는 “각종 포털에 제 사진과 캐리커처가 노출돼 조롱성 글이 달리고 저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가족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캐리커처 작가는) 저와 모르는 관계이고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분노를 기자 개인에게 표출하면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협회는 고통을 호소하는 기자들과 함께 캐리커처 작가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 보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14일 기준 기자 16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기자협회는 변호사를 선임했고, 조만간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기자의 본령은 감시와 비판인데,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거나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해당 캐리커처의 대상이 된 기자들에게 이번 전시회는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팩트 위에서 누려야 한다. 언론개혁을 위한 작품과 전시회라고 하더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상황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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