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TALK] (9) 언론보도와 개인정보 보호

언론은 취재과정이나 보도내용에서 개인의 정보를 일상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비평하며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언론이기에 그 기본적 활동에서 취재원으로부터 다양한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게 되고 때로는 보도를 통해 특정 개인에 관한 사실이나 비평을 전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언론만큼 개인정보를 의욕적으로 다루는 영역도 드물다 하겠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러한 과정에서 상대에 놓인 개인에게는 원치 않는 개인정보의 이용이나 공개로 인한 갈등 우려가 상존하게 됩니다.


잠시 기본으로 돌아가 과연 우리 법이 보호하는 개인정보란 무엇일까요? 「개인정보보호법(이하 ‘개보법’)」은 제2조 제1호에서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는 핵심 기준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망자의 정보는 유족과 같이 타인의 개인정보의 일환으로 보호되는 사항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대상이 아니고,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나 단체의 정보도 보호대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바로 ‘개인 식별 가능성’인데요, 단순히 그 정보만으로 개인이 식별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우리 헌법에서 보호하는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입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역시 헌법상 존중되어야 할 여러 가치 중의 하나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다른 기본권이나 헌법 가치를 위해 제한되거나 조정될 수 있습니다. 개보법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3자 제공, 처리위탁, 폐기 등 일련의 과정을 촘촘하게 규율하면서도 언론활동에 대한 일정한 적용 제외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즉, 법 제58조 제1항 제4호에서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각각 취재·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일반적인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파기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뿐 䄙.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 2.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3.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는 동일하게 처벌받습니다(법 제59조). 따라서 취재활동에서 적극적으로 ‘거짓이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하여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취재과정에서 지득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타인에게 무단으로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취재, 보도 등 언론의 고유한 활동영역에 관한 경우에만 인정될 뿐 언론기관의 인물DB 사업과 같이 본연의 고유 목적 활동이 아닌 경우에는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언론활동과 관련한 개보법의 허용범위에 관해 법원이 직접적으로 다룬 사례는 많지 않으나, 몇몇 사례에서 보인 법원의 입장은 예외 인정에 그리 녹록하지 않아 보입니다. 통상 취재를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데 큰 논란이 없으며 주로 ‘보도’의 영역에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의 허용 범위가 문제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경찰관에게 연행되어 가는 CCTV 화면을 한 방송사가 이를 수집하여 보도한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예외에 해당하는 언론의 ‘보도’로 인정한 하급심 판례(서울중앙지법 2016.8.12. 선고 2015가소6734942)가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신문이 기사를 통해 모 기업 회장의 성명, 지위, 거주지주소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 개보법에서 금지하는 개인정보 누설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서울서부지법 2015.12.18.선고 2015고정1144). 특히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언론이 취재, 보도를 위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용에 개인정보를 일반 공중에게 보도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함으로써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기사를 작성한 행위를 정당한 개인정보의 이용으로서 언론활동인 ‘보도’로 인정하지 않고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개보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언론활동인 ‘보도’의 정당성 범위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지만, 판례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기사에서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보도되는 것이 해당 기사의 목적과 취지,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특정인의 개인정보 노출이 불가피하고 또 국민의 알권리 기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보법은 언론활동에 대해 일정한 적용상 예외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적용의 예외가 개인정보 활용의 무법지대를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개보법이 일정한 예외를 허용한 것은 그 해당 영역의 특성과 고유한 가치를 반영하여 그에 걸맞은 개인정보 규율체계를 바로 그 영역의 주체들이 마련하라는 취지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집과 이용 등 직접적인 절차에 있어 개보법의 기준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최소수집의 원칙을 비롯한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과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 이념은 예외 없이 동일하게 존중하여야 합니다. 언론윤리헌장도 제3조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해치지 않도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같은 취지로 이해됩니다.


개인의 신상정보를 취재과정이나 보도내용에서 수없이 다루게 되는 언론활동에서 개인정보보호와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과의 충돌 내지 긴장관계는 불가피합니다. 최근에는 경찰 심문과정의 강압수사를 폭로하는 동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한 변호사에 대해 수사관이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었다며 해당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활동은 기자의 취재활동에서 제보자의 법적 위험까지 노출하고 있지만 현행 개보법은 언론기관이 아닌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제보자에 대한 보호 장치는 없는 실정입니다. 법원이나 정부의 언론활동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하기에 앞서 언론 영역에서 스스로 언론의 공적 가치와 특수성을 고려하여 언론활동과 개인정보 보호의 조화로운 동행을 위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하겠습니다.

김도승 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법학연구소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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