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쥔 서울시장의 TBS 교육방송 얘기, 헌법·방송법 위반"

언론노조·TBS지부, 오세훈 선거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오세훈식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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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논란이다. 오세훈 후보 캠프는 “TBS는 특정 집단을 위한 정치적 선전 도구가 돼 버린지 오래”, “지금은 교통정보를 들으며 운전하는 시대가 아니”라며 “기능 전환”이란 이름 아래 “TBS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6·1지방선거에서 “개혁”되면 새로 구성되는 시의회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언론계는 이를 엄연한 “언론 장악”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26일 오세훈 후보 선거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3억 예산 삭감에 이은 ‘또 다른 오세훈식 언론장악’”이라고 성토하며 “TBS 개편 구상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TBS의 교육방송 개편을 공언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뒤편으로 프레스센터에 내걸린 오세훈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프레스센터에 내걸린 오세훈 후보의 대형 현수막을 두고 착잡함을 드러냈다. 윤 위원장은 “언론 사용자 단체, 언론노조, 기자협회 등등 생각은 달라도 언론자유와 언론의 기본적인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입주해 있는 공간에 선거사무소를 차린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틀려먹었다”고 말했다. 또한, 오세훈 후보에게 사무실을 내준 서울신문을 향해서도 “언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중립을 (버리고) 합법적 계약이니 문제없지 않으냐는 가냘픈 인식 아래 정치 세력의 먹잇감으로 프레스센터라는 공간을 던져준 이 행위에 대해서 어떤 말로 비판을 해야 할지 참 난감하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오세훈 시장이 끊임없이 문제 삼고 있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을 보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러나 그게 불편해서 방송사의 편성에 시장이 개입해서 다 뜯어고치겠다, 교육방송으로 확 바꿔버리겠다, 이런 오만방자한 발언을 늘어놓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현행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방송법 4조는 외부에 의한 방송 개입, 편성 개입을 엄연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가 시장 마음대로 조례를 바꿔서 교육방송으로 TBS를 전환하겠다는, 이런 오만방자한 발상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는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장원 방송자회사협의회(방자협)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광고를 하지 못하는 TBS는 서울시 예산이 가장 큰 재원”이라며 “실질적인 돈줄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가 TBS를 교육방송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는 것은 돈으로 대한민국 헌법 2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장은 이어 “TBS는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언론사다. TBS에서 어떤 내용의 방송을 하겠다는 것은 TBS의 구성원과 국민이 정하는 것이지 예산을 쥔 서울시장 후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며 “오세훈 후보가 지금은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자리에 오르건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은 버리기 바란다”고 했다.

김두식 미디어발전협의회 의장도 “오세훈 시장이 정말 TBS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본인이 돈을 출연하는 기관장이라고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 게 아니라, TBS가 지금 처한 상업광고 허용 문제라든지 건물이라든지 TBS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그런 형태의 고민들을 더 해줘야 하는데 오직 자신의 선거를 위해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TBS의 교육방송 개편을 공언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정훈 TBS지부장은 선거철마다 오세훈 시장의 ‘TBS 흔들기’가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조 지부장은 “지난해 보궐선거 기간에는 TBS의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만들고 이후 123억 서울시 출연금 삭감을 추진했다. 그리고 실제로 55억의 출연금이 삭감됐다. 이번에는 교육방송이란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후보는 교통방송의 기능이 사라졌다, 누가 요즘 교통방송을 들으면서 운전하냐, 그래서 교육방송으로 기능 전환을 하겠다고 하는데, 오 후보는 지난 1년의 시장 재임 동안 TBS의 방송을 듣지도 보지도 않은 모양”이라며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조를 보면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 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의 설립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TBS 구성원들은 교통정보 제공이라는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설립 및 운영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TBS지부는 앞서 지난 16일 성명을 내어 “교육방송으로의 전환이라는 긍정적 단어의 조합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의 시사 보도 기능을 박탈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없애겠다 (노조) 성명은 너무 앞서간 얘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비꼬듯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TBS지부는 “그동안 오세훈 후보 측에서 보여준 언행은 오해와 걱정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지부장은 “TBS를 계속 흔들기를 하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TBS 직원을 도둑으로 몰아가냐”며 “오세훈 후보의 이런 잘못된 언론관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그래도 정치가 언론을 또 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이젠 없어져야 하지 않겠나. 정치 권력이 언론과 방송을 탄압하는 것은 정말 없어져야 되지 않겠나”라며 “우리 TBS지부는 이런 언론 장악과 탄압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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