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둘러싼 퍽퍽한 용어들… 빗장 무너뜨릴 '크로스' 한 방

[인터뷰] '자본주의 어른을 위한 경제기사 활용법' 쓴 서울경제 네 기자들

  • 페이스북
  • 트위치

기자도 욕먹고, 언론사도 욕먹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많다. 포털 사이트에서 온라인 기사 형태로든, SNS나 유튜브에서 기사를 가공한 정보의 형태로든 필연적으로 기사와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2020년부터 확산한 재테크 열풍을 타고선 이례적으로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경제신문에 대한 관심은 한때 뜨거울 정도였는데, 종합일간지보다 경제·산업 전반을 세세하게 다뤄 투자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구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았다. 경제기사엔 한 가지 큰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어렵다’는 점이다. 4년차부터 21년차까지 네 명의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뭉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스스로 보기에도 “어렵고 퍽퍽한 데다 불친절한 용어와 숫자로 채워져 있는 경제기사를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 그동안에도 기사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여럿 있었지만 독자들과 밑줄을 그어 가며 기사를 읽고 해설해주는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본주의 어른을 위한 경제기사 활용법>이 탄생한 배경엔 이런 사연이 있었다.

<자본주의 어른을 위한 경제기사 활용법>은 불친절한 용어와 숫자로 채워져 있는 경제기사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쓰인 책이다. 네 명의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은 밑줄을 그어가며 기사를 읽고 독자들에게 해설해주는 형식으로 이번 책을 썼다. 사진은 책의 저자인 김경미(왼쪽부터), 도예리, 이혜진, 박윤선 서울경제 기자.


애초 책의 형태로 이런 생각을 풀어내려 했던 건 아니었다. 원래 시도하려 했던 건 유튜브 콘텐츠였다. 디지털미디어부에서 일했던 김경미 기자가 지난 2019년 박윤선 기자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함께 촬영하고 만든 영상 콘텐츠가 시초였는데, 결과가 썩 좋진 못 했다. 서울경제 유튜브엔 ‘뉴스로 경제공부’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는데, 조회 수 평균이 175회 수준이라 2편 만에 영상 제작을 접었다. 그렇게 잊히는가 싶었던 김경미 기자의 아이디어는 우연찮게 지난해 이맘때쯤 출판사의 연락 한 통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비슷한 내용의 책을 준비하던 출판사가 검색 중 이 영상을 보고 김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박윤선 기자와 둘이 편집자를 만나러 갔는데, 일단은 뭐든 할 준비가 됐던 것 같아요.(웃음) 저희 콘셉트대로라면 쓰기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고, 저는 공저긴 해도 두 번 책을 썼고 박 기자는 백 프로 쓴 경험이 있으니 할 수 있다고 봤어요. 이미 재테크 열풍이 꺼지는 쯤이라 출판사에선 가급적 빨리 책을 내고 싶어 했는데 그러려면 사람이 필요하겠다, 생각해 주위에 도움을 청했죠.”(김경미)


재테크 경험이 많은 증권부장이자 “친한 선배”인 이혜진 기자, 또 “동기”인 디센터 편집장의 추천으로 소개받은 도예리 기자는 그런 이유로 책 공저에 합류하게 됐다. 저자 섭외 후엔 각자 맡고 있거나 맡았던 출입처에 따라 분야를 나눠 책을 집필했다. 이혜진 기자가 거시경제와 기업·산업을, 김경미 기자가 정치·사회와 증권·금융을, 박윤선 기자가 국제경제와 부동산을, 도예리 기자가 암호화폐를 맡아 해당 분야에서 반복되는 경제기사 유형을 뽑고,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팁을 정리해나갔다.


다만 철저한 분업 아래서도 책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기사 저작권부터 문제였다. 책 형식상 기사 원문을 수록해야 했는데, 아무리 본인이 쓴 기사라 하더라도 저작권은 서울경제가 갖고 있어 허락을 구해야 했다. 다행히 회사 측이 동의해주고 기자들도 최대한 원문을 다시 쓰기로 해 책을 만들 수 있었다. “암호화폐도 쓰는 게 힘들었어요. 업계가 워낙 빠르게 변하니 원고를 써서 보냈는데, 교정하는 시간 동안 내용이 바뀌는 거예요. 다시 업데이트해서 쓰고 그런 게 좀 어려웠어요.”(도예리)


책을 정리하면서 경제기사가 정말 어렵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중학생 2학년 정도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게 언론계 불문율인데, 이해가 안 가는 게 정상일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 뉴스라는 게 제가 쓰면서도 어렵고, 예전 출입처 기사를 읽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이 책 한권으로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문턱을 좀 낮춰주는 정도는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어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요. 이 책이 뉴스 보는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해요.”(이혜진)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올드 미디어인 종이신문을 다시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없는 이유, 있는 이유 다 쥐어짜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데 막상 종이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서술한 부분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과 비교해 훨씬 믿을 만한 ‘신뢰성’, 전날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을 200자 원고지 1000장 분량으로 압축한 ‘효율성’, 덧붙여 지면의 한계로 꼭 필요한 정보만 넣는 ‘정보 큐레이터 역할’까지, ‘가성비 갑’ 매체로 손색이 없다는데 반박할 수가 없다.


기자들도 진심으로 동감했다. “경미 선배가 쓴 내용에 동의를 많이 했어요. 신문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엔 맥락 없이 기사가 올라가 있으니, (그와 비교하면) 사실 신문이 더 보기 쉽게 돼 있거든요. 또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눈앞에 보이면 뭘 하게 되잖아요. 날마다 신문이 오면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보지 않을까, 물질적인 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박윤선)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