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언어'로 다시 써진 기사

경향 인터랙티브 '안녕, 봄과… '
한글 모르는 아프간 난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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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문장이 한글로, 영어로, 아프가니스탄 언어로 반복해서 쓰였다. 기사의 주인공이자 독자인 그들도 볼 수 있도록, 전하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직접 가닿을 수 있도록. 그렇게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같이 읽을 수 있는 기사”가 완성됐다. 지난 2일 경향신문이 발행한 인터랙티브 기사 ‘안녕, 봄과 함께 온 꼬마들<사진>’ 얘기다.


이 기사는 제목부터 한글과 영어, 아프간어로 같이 쓰였고, 본문도 한글과 아프간어로 나란히 적었다. 한글 대신 영어로도 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한글과 영어, 아프간어 등 3개 국어로 출판된 기사는 아마도 최초가 아닐까. 경향신문은 “우리의 시선이 그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아프간 언어(다리어)를 병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기사는 지난 4월 14~15일 ‘살람! 1만km의 등굣길’이란 제목으로 먼저 보도된 내용이었다. 당시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등굣길을 동행 취재했던 사회부 조해람 기자는 “용기를 내서 자신의 삶을 오픈해준 난민들도 (기사를) 같이 읽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난민을 취재할 때마다 그들이 정작 자기 기사는 읽지 못하는 상황들이 안타까웠던 까닭에서다. 그래서 이번엔 기획 단계부터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와 협업해 그들의 언어로 기사를 쓰기로 했다. “난민 중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곳에서 오는 분들도 많아요. 한국에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들이 있는데, 이 기사는 환대의 이야기고, 우리 사회가 난민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다른 난민들도 같이 기사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3개 국어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원고지 80매가 넘는 분량의 원 기사를 5개 챕터로 나눠 다시 쓰고, 조 기자가 만나고 한수빈 기자가 촬영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 그들의 한국인 친구와 이웃들의 사진을 화보처럼 넣었다. 인터랙티브 기사치고는 화려하지도 않고 기술적 요소도 적은, “단순한 수준”이라고 페이지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조형국 기자는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사가 목표로 했던 핵심 가치는 단 하나, “다른 언어를 구현하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어로 쓰인 기사를 아프간어로 옮기면 될 일이 아니었다. 모바일에서도 읽기 좋게 문단을 어떻게 나누고 어디서 줄 바꿈을 하는 게 좋은지, 통역사와 하나하나 상의해서 결정해야 했다. 조형국 기자는 “원고를 주거니 받거니 하기를 너덧 번 했다”며 “소통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조해람 기자가 울산 현지에서 취재할 때도 도움을 줬던 아프간 출신의 통역사는 “이건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역사적인 일”이라며 발 벗고 나서줬다. 한 달여 만에 자신들의 언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은 그들은 조해람 기자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탈레반이 집권한 고국을 탈출해 지난 2월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인은 29가구 157명. 전례 없는 대규모 이주에 모두가 허둥댔고, 당연히 갈등도 있었지만, “끈질긴 설득과 대화로” 울산은 갈등을 풀고 이들을 품는 중이다.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몸짓이나 손짓만으로도 친구가 되는 현장을 지켜봤던 조 기자는 “이 얘기가 단순히 미담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실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던 프로젝트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해냈고요. 난민과 함께 사는 게 뻔한, 좋은 얘기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실행 가능한 일이라는 걸 독자분들이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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