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꽃가루가 두려운 사람들

[이슈 인사이드 | 기후] 신방실 KBS 기상전문기자

신방실 KBS 기상전문기자

해마다 봄은 짧기만 하다. 눈부신 햇살과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1년 내내 봄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봄은 금방 지나간다. 초여름인 6월만 돼도 햇볕은 따가워지고 장마가 시작된다. 그런데 찬란한 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봄철 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가 심해지는 환자들은 이 시기만큼 고통스러운 시간도 없다. 이맘때 사무실에서도 여기저기서 콧물을 훌쩍이거나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은 누런 먼지처럼 공중에 날아다니는 풍매화 식물의 꽃가루다. 삼나무와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는 4월에서 6월까지 꽃가루가 날린다. 외래종인 돼지풀 같은 잡초는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꽃가루 위험 기간이다. 잔디의 경우 7월 장마철을 제외하고 5월에서 10월까지 연중 꽃가루가 날린다. 꽃가루의 크기는 20~40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미세먼지(PM10)보다는 크지만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맘때 가장 많은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는 소나무와 참나무다. 특히 도토리나무로 불리는 참나무는 소나무 꽃가루보다 날리는 양은 적지만 알레르기 유발성이 훨씬 강하다.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 상순 사이에 참나무 꽃가루가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알레르기 환자들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간대를 피해서 외출해야 한다.


꽃가루 농도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 오전 시간대에 높아진다.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꽃가루 위험을 예보하는 건 ‘병원’이 아니라 ‘기상청’이다. 참나무와 소나무, 잡초류의 꽃가루 위험 정도를 내일, 모레, 글피까지 사흘간 예측해 발표하고 있다. 지역별로 위험 지수가 발표되는데, 낮음에서 보통, 높음, 매우 높음 4단계로 구분된다. 꽃가루 위험 지수가 매우 높음이면 거의 모든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만약 외출해야 한다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써야 한다.


꽃가루는 알레르기 비염의 3대 원인 가운데 하나로 2018년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17.4%, 청소년의 36.6%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전체 인구의 15~25%가 알레르기 질환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기온 상승으로 봄철 꽃가루의 영향을 받는 시기는 더 길어지는 추세다.


한양대 연구팀이 서울과 구리 지역에서 꽃가루를 채집해 분석했더니 봄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20년 만에 45일이나 늘어났다. 1998년 서울의 수목류 꽃가루 시작일은 3월5일, 종료일은 6월2일로 꽃가루가 비산한 기간은 90일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시작일이 2월18일로 당겨져 종료일은 6월25일로 늦춰져 전체 영향 기간이 135일로 길어졌다. 온난화 속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의 꽃가루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인데, 봄철 고온현상과 가뭄은 꽃가루 농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기후위기가 더 가속화되면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환자도 급증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큰 피해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의도나 양재천 등 서울 곳곳에서 눈처럼 날리는 하얀 꽃가루 사진이 최근 SNS에 많이 올라왔다. 민들레 씨앗처럼 날아다니는 솜뭉치에 알레르기 환자들은 기겁하며 피해 다녔을 텐데, 정체는 꽃가루가 아닌 버드나무 씨앗 뭉치다. 풍매화 나무인 버드나무도 씨앗을 솜털에 실어 날려 보낸다. 꽃가루가 아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진 않지만 피부에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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