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미디어, 메타버스 친화적 형태로 변화해야"

언론재단 미디어 정책 리포트 '메타버스 환경에 대한 미디어산업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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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ICT 기업들의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들이 향후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더욱 메타버스 환경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언론과 방송, 광고산업 영역에서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가능성이 확인되지만 기존 미디어 전반의 활동은 소극적이란 진단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은 29일 미디어정책리포트 ‘메타버스 환경에 대한 미디어산업의 대응’(최민재 언론재단 수석연구위원)을 통해 메타버스와 관련한 국내외 미디어 관련 기업들의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미디어산업에 필요한 제언을 내놨다. 언론재단은 ‘페이스북’의 법인명 ‘메타’ 전환, ‘MS’의 고글 기반 서비스 준비,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들의 선전 등 글로벌 트렌드를 제시하며 “메타버스 공간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공간이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진화와 시장 형성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ICT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 조성을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들에게는 검토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며, 미디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신문 등 매체의 대응에서 나타나듯 기존 미디어 전반의 메타버스 대응은 현재 미약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로이터 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출판 미디어사업자 중에서 2022년에 메타버스와 관련한 사업을 준비하는 비율은 8%에 불과할 정도”라며 “메타버스 환경에서 기존의 전통 언론매체들의 활동은 매우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게재된 '세컨드 라이프 엔콰이어러' 이미지 캡처.(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가운데 아바타를 매개로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플랫폼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활동 중인 인터넷신문 포펫의 ‘세컨드 라이프 엔콰이어러(Second Life Enquirer)’는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는 언론사의 사례다. 이들은 현실공간이 아닌 가상공간 ‘세컨드 라이프’에서 발생하는 사건, 이벤트, 운영 주체, 기업·문화활동을 기사의 소재로 삼고, ‘세컨드 라이프’에서 뉴스를 공급한다. 2010년부터 월 평균 10~40건 생산했고 2020년엔 368건, 2021년엔 592건으로 기사생산도 늘리는 추세다. 최근 기사화된 이슈는 ‘대마초 합법화’, ‘가상공간에서 성폭행을 당할 수 있는가?’, ‘코로나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등이었다. 일반 언론사들이 현실에서 보도자료를 취급하듯 보도자료도 게재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아바타 기자 제리(Zerry)가 게시한 현실 공간 사안 관련 게시물.(한국언론진흥재단)

국내에선 매일경제신문의 아바타 기자 제리(MK 기자 Zerry) 사례가 언급됐다. 제페토(Zepeto)에 배치된 기자는 지난 1월7일 활동을 시작해 지난 22일 기준 8200명 팔로워를 보유했고, 3개월 여 간 31개 콘텐츠를 올렸다. 게시물은 제페토 내부 관련 내용과 현실 공간 이슈로 나뉘는데 제페토 내 공간에 대한 랭킹소개(‘꽃놀이 가고 싶은 월드베스트5’, ‘좀비 월드맵 Top 5' 등)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소개 등과 더불어 ‘삼성’ ‘현대자동차’ 소개, BTS, 패션트렌드 등을 다루는 식이다. 주요 타깃은 10대였으며 30~60초 길이로 편집된 형식이었다.

방송산업에선 ‘테크테인먼트(기술과 융합된 엔터테인먼트)’ 차원의 시도들이 대세다. 보도 영역에선 테크놀로지 적용이 부분적이지만 방송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에서 VR 아바타와 현장 촬영장면이 합성된 프로그램이 제작된 바 있다. 예컨대 Fox TV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Alter Ego'는 2021년 9월22일부터 12월8일까지 20명의 아바타 가수를 등장시키는 11부작으로 방영됐다. 일반 노래 경영 프로그램처럼 관객, 심사위원이 스튜디오에 등장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경연자는 스튜디오에 등장하지 않고 모션캡처 슈트를 입고 무대 뒤에서 노래를 한다. 모션캡처로 제작한 아바타 이미지가 스튜디오에선 스크린에, 시청자들에겐 현장과 합성된 완성 영상으로 제공되는 식이다. 다만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국내에선 MBN이 이와 유사한 ’아바타 싱어‘ 프로그램의 2022년 제작방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Fox TV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Alter Ego' 이미지(한국언론진흥재단)

보도 영역에선 CBS News, BBC news가 메타버스를 소개하는 리포트 아이템을 VR 영상으로 제작했고, 국제 아랍어TV 채널인 알 아라비아(Al Arabiya)가 메타버스 가상공간과 현실의 진행자를 결합한 렌더링 영상을 보도 아이템으로 제공했다. 국내에선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에서 KBS, MBC, JTBC, TV조선이 이프랜드(ifrand) 공간을 활용해 개표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광고산업에서도 여러 가능성은 확인된다. 보고서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광고산업 전망은 기존 디지털 환경에서 진행되던 형태와 커다란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기존 인쇄매체나 방송매체의 환경보다 매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상공간 토지 매입을 통한 광고판 설치나 공간 매입 및 임대 등 ‘메타버스 환경의 가상현실 광고판’, 현재 크리에이터 콘텐츠 후원과 같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콘텐츠 후원’, ‘VR 게임상 제품 배치’, ‘디지털 휴먼을 브랜드 인플루언서로 창조’, ‘몰입성 강한 네이티브 VR 광고 제작’ 등 가능성이 제시됐다.

​​보도영역에서 메타버스 적용 사례 이미지(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재단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 문화활동, 여가활동 등은 현실공간과 연관성이 커질수록 사회적 관심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 문제, 윤리문제, 제도적 문제, 병리적 현상 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공간의 상황에 대한 정보전달자, 공적인 시각의 평가자, 트렌드의 변화에 대한 분석가 등이 필요할 것이고 이에 대한 수요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브랜드 마케팅,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계한 콘텐츠 생산 등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은 기존 사회에서 동일한 책무를 담당하고 있는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라고 덧붙였다.

언론재단은 “기존의 미디어들이 메타버스 환경에서도 동일한 또는 더욱 발전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메타버스 환경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며 “몇몇 미디어기업들은 아직까지 초보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의 성과가 불충분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한 변화에 동참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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