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신문사 영업익 1위… 종편 3개사 매출, 모기업 신문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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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다수 주요 언론사의 경영 성과가 한 해 전과 비교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매출액이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를 기록한 데서 나아가 전년보다 증가한 곳이 많았다. 코로나19 발발 첫 해 잔뜩 위축됐던 광고시장이 지난해 상당히 개선되며 전통 미디어 역시 수혜를 본 영향으로 보인다. 사별 사정은 다르지만 긴축 경영이 일상화된 신문사들의 선전과 더불어 방송사들의 초강세로 요약할 수 있는 한 해였다.

2020년 1위 조선일보 영업익 크게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개 종합일간지와 3개 경제지 등 13개 주요 신문사의 2021년 영업이익은 모두 흑자였고, 대다수가 2020년보다 수익이 늘었다. 특히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신문사는 한국경제였다. 237억원 영업이익(2020년 115억)을 거뒀고 417억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경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가정 독자가 급증했고 한경무크 시리즈, 바이오 인사이트, 글로벌마켓 등 전문 콘텐츠 비즈니스가 대중성을 확보한 영향”이라며 “경기회복과 맞물린 광고주 유인 전략에 힘입어 신문사 본연의 사업실적이 고루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판매수수료가 2020년 101억에서 2021년 54억원으로 줄고, 자회사 등의 이익을 반영한 지분법이익이 174억원에서 242억원으로 늘어난 것도 경영지표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직영 지국을 만들어 신문을 배포하고 온라인을 통한 직접 구독을 유도했고, 회계 일부분을 조정하며 수수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지분을 보유한 한국경제TV와 골프장 등이 상당 수익을 거둔 덕도 컸다.


반면 2020년 375억원으로 신문사 영업이익 1위였던 조선일보는 지난해 매출 1위(2907억원)는 지켰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수익을 워낙 크게 거둔 탓이기도 하지만 2021년 30억원의 영업이익은 그 낙폭이 컸다. 이는 직원복지와 관련한 복리후생비 지출 때문이었다. 재무제표상 2020년 17억원이던 복리후생비는 2021년 142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신년사에서 ‘사내 복지기금 400억원 추가 출연’, ‘사원 주택 대출 한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증액’ 등과 함께 ‘사원 가족 휴양용 콘도 89구좌 확보 및 외부 숙박비 지원금액 하루 10만원으로 확대’ 등을 공언했다. 지난해 연말 여기 쓰일 금액 출연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이뤄지며 복리후생비 지출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긴축경영 동아·경향 영업이익 2·3위... 신문 전반 당기순이익 증가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이 각각 174억원(2020년 92억원), 72억원(2020년 30억원)으로 2·3위의 영업이익을 차지한 데선 긴축경영 기조가 나타난다. 양사는 2020년 대비 각각 77억원, 10억원씩 매출이 줄었지만 매출원가를 더 많이 줄였고 판매비와 관리비를 아꼈다. 여기에 광고와 온라인 매출, 포럼 등 성과가 뒷받침되며 영업이익 개선을 이뤘다. 특히 경향신문은 지난해 성과로 오랜 기간 고생해 온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처음 벗어났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온라인광고와 본지 광고매출이 많이 올랐다”며 “한동안 하지 않았던 대형 미술전시회 사업을 지난해 하게 됐는데 입장권 수입은 거의 없었지만 관련 협찬 등을 많이 받으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신문사 전반에선 매출액의 미약한 상승 또는 감소, 신문부수 조절 등에 따른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 절약 등 긴축경영 기조가 확인된다. 영업이익에 영업외수익(예금이자, 부동산, 자회사 성과 등)을 더하고 영업외손실, 법인세 비용을 제한 당기순이익에서 드러나는 수익다각화 시도도 공통적이다. 예컨대 매출 2000억원대 이상인 조선일보(영업이익 30억, 당기순이익 359억), 중앙일보(51억, 77억), 동아일보(174억, 198억), 매일경제(38억, 90억), 한국경제(237억, 417억) 등 5개 매체에선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을 크게 압도한다. 13개 주요 신문사 중 한국일보(당기순이익 2020년 11억, 2021년 -29억)와 세계일보(779억, 45억)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전년 대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여기엔 영업외수익·손실로 잡히는 관계사 실적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 당기순이익 22억(영업이익 13억)을 기록한 한겨레신문은 수익이 나지 않는 관계사 정리·조정 등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 반면 한국일보는 2020년 5억에서 지난해 16억까지 영업이익을 끌어올렸지만 지분법손실의 영향(2020년 6억, 2021년 45억)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였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현재 관계사인 순수교육, 뉴커런츠아카데미, 스포츠토토코리아, 리딩프론티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 동그람이의 실적 악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온 것”이라 전했다.


신문사의 영업외수익 도모는 장기적으로 명백히 하향 추세인 신문 업계에서 필수적인 시도다. 다만 이는 역으로 본업의 위기를 시사한다. 코로나19 장기화 가운데 예견되던 경영난을 넘어선 지난해 성과는 유의미하지만 장기 지속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본업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할 사례는 적어도 국내에서 없었단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러 호재와 코로나19 수혜 받은 지상파

전자공시와 자체 취재를 종합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의 지난해 경영 성과는 괄목할만했다. 특히 지상파의 강세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였다. 가장 큰 성과 사례론 지난해 무려 140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SBS가 거론된다. 광고매출이 2020년 3617억에서 2021년 4354억으로, 사업매출이 3951억원에서 4743억원으로 늘었다. 2018년 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60억원, 503억원으로 실적을 개선해오다 지난해 또다시 급증했다. MBC 역시 영업이익 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600% 증가(2020년 39억원)란 큰 성과를 거뒀다. 광고와 사업매출이 300~500억원 내외 증가해 각각 3365억원, 4380억원을 기록한 반면 방송제작비는 47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억원 줄인 결과다. KBS의 경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지만 매출은 900억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지상파에 허용된 중간광고와 지상파가 단독 편성한 도쿄올림픽 영향도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TV가 광고주들에게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SBS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을 못하다보니 옥외광고 시장이 위축됐고 광고주들도 지상파나 영상 쪽으로 광고를 많이 돌린 결과”라며 “드라마와 OTT 성과가 괜찮았다. 올림픽이 미뤄지며 2019~2020년 지불한 올림픽 중계료 등 비용이 2021년엔 반영이 안 된 채 순수하게 수익만으로 잡힌 영향도 있다”고 했다.


SBS와 MBC의 선전엔 드라마 부문의 성공도 있었다. SBS의 경우 ‘펜트하우스2·3’, ‘원더우먼’, ‘모범택시’ 등이, MBC에선 ‘옷소매 붉은 끝동’, ‘두 번째 남편’, ‘검은 태양’ 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 성과는 지상파 역시 수익에 매우 매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구매력이 큰 2049세대 이외 계층을 염두에 둔 다양한 콘텐츠가 최근 몇 년 새 지상파에서 새롭게 기획·제작돼 왔다고 판단하긴 쉽지 않다. 이는 대부분 투자가 킬러 콘텐츠에 집중된 경향의 이면이다. 여타 ‘돈이 안 되지만 의미나 가치가 있는’ 콘텐츠와 실험을 통한 다양성 보장은 향후 지상파가 지속 요구받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 신문매출 앞지른 종편들

방송사의 강세는 종편에서도 나타난다. JTBC(2021년 매출 3635억원)와 TV조선(3560억원), MBN(2425억원), 채널A(2066억원) 모두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140~868억원 늘었다. TV조선이 2020년 589억원, 2021년 610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 중인 가운데 MBN과 채널A도 2020년 적자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지난해 큰 성과를 올렸다. 종편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TV조선에선 예능 ‘미스트롯2’와 ‘국민가수’,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이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JTBC의 경우 지난해 -18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20년 -195억원의 적자를 극복하진 못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매출원가가 320억원 이상 증가한 탓이다. JTBC는 타 종편에 비해 콘텐츠 제작비용 등에 큰 비용을 지출해왔는데 그만큼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성취는 신문방송복합경영을 하는 언론사 내부에서 대세 변화를 시사하는 측면이 크다. 개국 이후 종편 매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는데 2017년 JTBC가 중앙일보를, 2020년 MBN이 매일경제 매출을 앞지른 데 이어 지난해는 TV조선의 매출이 조선일보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아직 신문 매출이 더 큰 동아일보만 하더라도 당장 올해 채널A의 매출이 역전해도 예상 밖 현상은 아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채널A는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미디어그룹 내 저연차 기자들의 임금상승, 성과에 따른 보상지급 원칙 등을 새로 천명한 바 있다. TV조선은 종편 최초로 사원복지기금을 신설해 25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문·방송사 전반의 성과와 관련해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코로나로 위축됐던 광고경기가 풀리며 IT나 e커머스 쪽 광고집행이 잇따랐고 레거시 미디어까지 소위 K자 곡선의 수혜를 본 한 해였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여유자금을 얼마나 본업에 투자할 수 있을지 관건”이라며 “영업외수익 고민은 필요하지만 부동산이나 부대사업 등에 매체가 기여하는 식으로 주와 부가 바뀌는 흐름이 나타나는데 저널리즘을 베이스로 둔 확장, 본업의 기반을 만드는 재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비본질 사업을 키우는데 고착된다면 언론사를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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