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정파 2년… 아직도 못 돌아간 사람들

[노조, 8개월 만에 다시 천막농성]
방통위 법률검토만 하염없이 대기
구성원들 대출로 겨우 생계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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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을 넘기지 않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벌써 두 번째 겨울이 지나 새봄이 왔다. 옛 경기방송 구성원들은 지금도 한겨울에 서 있는 듯하다. 방송이 중단된 지 2년이 흘렀지만 반가운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봄이 언제 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경기방송이 폐업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자가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해 겨울을 넘기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벌써 2년이나 지났네요.”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경기방송 정파 사태가 30일로 2년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폐업과 해직을 겪은 경기방송 사람들에겐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목숨을 맡긴 시간이었다. 경기방송은 경기지역에서 하나뿐인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였다. 23년간 방송하면서 내내 흑자를 냈지만, 대주주는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 경기방송이 자진 반납한 주파수(FM 99.9㎒)를 사용할 새 사업자를 찾는 일이 방통위의 몫이다.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지부장 장주영·맨 오른쪽)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경기방송 후속 사업자 선정을 촉구하며 65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사진).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선정 공고를 냈지만 최종 사업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방송지부는 방송 중단 2년을 맞는 30일부터 방통위 앞에서 다시 천막농성에 돌입한다.


방통위는 지난 2년간 경기방송 후속 사업자 선정에 미온적인 모습이었다. 경기방송지부 조합원들은 지난해 방통위 앞에서 “사업자 공모 일정만이라도 잡아달라”며 65일 동안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방통위는 정파 1년 6개월만인 지난해 10월1일에야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2022년 1월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월21일, 방통위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공모에 참여한 7개 법인 가운데 도로교통공단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방통위는 ‘경기지역 라디오방송사업 허가 대상 법인 선정에 관한 건’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도로교통공단이 도로교통법상 사업 범위인 교통방송과 교통정보의 수집·제공을 벗어나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방송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돼서다.


방통위는 이 사안을 두고 법률 요건을 검토하는 중이다. 당초 이번 공모는 종합편성방송을 전제로 했다. 방통위가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검토를 마치고 최종 사업자 선정까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에 경기방송 구성원들의 속만 타들어 간다. 장주영 지부장은 “언제쯤 결론이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더 답답하다”며 “이제껏 그랬듯 또 무한정 길어질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후속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는 만큼 이들의 생활고도 깊어지고 있다. 정파 당시 18명이었던 경기방송지부 조합원은 지난해 13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들어선 12명이 됐다. 마이너스 통장에, 집 담보 대출에,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털어 2년을 이어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한다.


장 지부장은 “정말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한 친구였다. 1월이 마지노선이었는데, 방통위가 1월에 새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약속을 보란 듯이 어기니까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했다”며 “처음에 방통위는 고용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고용승계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방통위가 저희 목숨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와 경기방송지부,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는 30일 정파 2년을 맞아 과천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빨리 새 사업자를 선정하고 고용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방송지부는 8개월 만에 다시 천막 농성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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