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네이버엔… 인과관계 불명확한 '백신 맞고 사망' 기사들이

[네이버 콘텐츠제휴 73개사, 모바일판 랭킹 20위권 뉴스 51만건 분석]
(3·끝)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백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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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2년,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 누적 사망자 수가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AP 통신을 인용한 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집계 주체에 따라 599만8000명~601만명 수준이었다. 한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65번째, 인구당 사망자 수는 108번째(인구 100만명 이상 국가·지역 기준)였다. 소위 선진국들보다 사망자 수가 적은 근원엔 높은 백신 접종률이 자리한다. 지난달 27일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률은 87.4%였다. 2차 접종률(86.4%)은 OECD 38개 회원국 중 3번째로 높았고 3차 접종률(61.1%)은 7번째로 높았다.


다만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국민들도 많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초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아 본 적 없는 사람이 800~900만명인데, 이런 분들이 있는 한 싸움은 안 끝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 이후 위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한 환자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잇따르며 우려가 계속 남는 상황이다.


이런 접종거부 정서의 여러 요인 중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백신보도가 미친 영향은 없는 것일까. 지난해 국내 최대 디지털뉴스 유통 플랫폼에서 많이 읽힌 백신보도들을 살펴보면 현재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수치에 가깝다. 특히 ‘백신 접종 후 사망’을 다룬 상당수 보도들은 별도 취재 없이, 관행을 좇은 결과란 점에서 문제적이었다. 소수의 훌륭한 보도보다 온라인 대응 등의 이유로 급하게 쏟아지는 일상적 뉴스의 품질관리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도 있다. 그간 확산을 막는 데 방점을 뒀던 방역지침이 최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일상의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바뀐 국면에서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돌아볼 때다.

◇코로나19 뉴스 중 최고 관심사...‘백신’
기자협회보가 한겨레 미디어전략실과 협업을 통해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네이버 콘텐츠제휴 입점사 73개사 모바일 편집판 내 ‘랭킹’ 카테고리에 포함된 매체별 일간 1~20위 뉴스제목과 PV, 송고일 등을 수집, 뉴스 총 50만9825개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뉴스’ 중 코로나19 보도 비율은 뉴스 수로 13.7%, PV론 1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벌어진 모든 일들 중 단일 이슈로서 이만큼을 차지한 것은 상당한 비중이다. 코로나19가 일개 감염병 차원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 공동체 구성원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친 이슈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라 하겠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맑이 읽힌 뉴스 중 코로나 관련 보도 기사제목으로 만든 워드클라우드. '백신'에 대한 언론사와 뉴스 이용자 의 압도적인 관심이 드러난다.

해당 수치는 수집된 뉴스 중 영자매체 2개사를 제외한 총 49만5225개 기사의 제목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특정 키워드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조사됐다. 기사제목에 ‘백신’ ‘코로나’ ‘화이자’ ‘모더나’ ‘AZ'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변이’ ‘키트’ ‘자영업’ 등 80여개 키워드가 포함된 보도를 1차적으로 고르고, 키워드별 보도 중 코로나와 무관한 뉴스를 제외한 후 통합해 중복된 보도를 제외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6만7968개의 뉴스가 코로나 관련 보도로 확인됐다.


이들 코로나 보도의 제목으로 워드클라우드를 만든 결과 ‘백신’에 대한 압도적인 관심이 드러났다. 사안 자체가 코로나19였던 만큼 ‘코로나’란 단어를 제외하고 보면 ‘백신’은 기사제목에 총 1만9564건 등장해 코로나 관련 키워드 중 가장 빈도수(다른 키워드와 한 제목에 사용됐을 경우 중복해서 셈)가 높았다. 구체적인 백신 이름도 빈도수가 많았던 단어에 오르며 높은 관심도를 방증했다. 두 번째로 빈도수가 많았던 ‘접종’ 역시 ‘백신’ 키워드와 연관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 하겠다.
하루 단위 확진 현황 등을 전하는 데 많이 사용되는 ‘확진’(7931건), ‘확진자’(6048건), ‘신규’(5038건) ‘○명대’(2619건) 등도 기사제목에 다수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3157건 카운트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방역지침의 변화와 관련한 ‘거리두기’(4800건), ‘○단계‘(2801건) 같은 단어도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자영업‘(3696건), ’영업‘(2452건) 키워드도 빈도수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키워드들은 ‘코로나’ 이슈의 특성을 보여준다.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개인 일상에 아주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성격이 대표적이다. 실제 ‘확진자’ 수와 ‘변이’의 양상은 개인의 안전에 대한 의구심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정보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몇 ‘단계’인지는 매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었다. 아울러 국민 대다수에게 ‘백신 ’접종‘ 역시 방역정책과 개인의 안전 모든 측면에서 높은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접종 부작용에 주목한 뉴스가 잇따르며 접종 자체가 개인의 결단과 선택을 요구하는 행위로 조명된 만큼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네이버에서 많이 본 백신보도...‘백신 맞고 사망’류
‘백신’에 대한 높은 관심도는 코로나 관련 전체 보도 중에서 백신보도 비율로도 드러난다. 앞서 파악한 방식으로 살펴보면 백신보도 수는 2만3767건(34.9%)로 전체 코로나 보도 중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이 같은 비중은 키워드 ‘백신’과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포함), ’얀센‘ 등 구체적인 백신명을 제목에 포함한 기사 정도로 매우 보수적으로 선별했음에도 나온 결과다. 특히 지난해 월 단위 보도 건수와 PV 등을 살펴보면 백신보도는 어느 특정 시기에 몰리지 않고 코로나 보도 중 늘상 일정 지분을 차지한 채 꾸준히 보도됐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뉴스 중 코로나, 백신 보도의 건수(왼쪽)와 PV 월별 추이. 백신 보도는 코로나 관련 보도 전체 중에서도 상당 지분을 차지한 채 지난해 연간 내내 꾸준히 생산돼 읽혔다. 코로나 보도 중 백신보도 비중은 3분의 1이 넘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코로나 보도 중 한 해 내내 꾸준히 나온 백신보도들은 어떤 종류였을까. 이들 백신보도들의 제목으로 만든 워드클라우드에서 ‘백신’과 ‘코로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한 키워드는 ‘접종’(1만897건)이었다. ‘접종’은 접종을 권고하든, 접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든, 접종 관련 부작용을 제공하든 제목에 포함될 소지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빈도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후순위로는 백신 이름들이 상위권을 차지해 ‘화이자’ 4756건, ‘아스트라제네카’ 3237건, 모더나 2862건, 얀센 1235건 등이었다. 이와 더불어 백신 부작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망’(1878건), ‘맞고’(1060건), ‘맞은’(835건), ‘숨져’(347건), ‘부작용’(631건), ‘이상’(1237건) 등 키워드가 많은 빈도수를 차지한 키워드였다. 종합하면 ‘백신(또는 백신명)' '맞고' '사망(부작용)’ 류의 보도가 다수였던 셈이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맑이 읽힌 뉴스 중 백신보도 기사제목으로 만든 워드클라우드. '백신(화이자, 모더나 등)' '맞고' '사망'이란 키워드가 눈에 띈다.

실제 많이 읽힌 개별 백신보도를 살펴보면 이런 빈도수는 확연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네이버 언론사 모바일판 랭킹에 든 코로나 관련 뉴스 중 백신보도에서 가장 많은 PV를 올린 1~5위 기사는 <"난 멍청한 엄마…백혈병 완치 16세 아들, 화이자 맞고 재발">(중앙일보, 131만3797 PV, 2021년 12월9·10일), <"딸 소고기 먹인다고 모더나 맞고 출근한 남편, 주검 됐다">(중앙일보, 118만9709 PV, 12월1일), <추성훈, 백신 접종 이후 후유증 호소하더니…정밀 검사 근황>(한국경제, 117만7384 PV, 10월2·3일), <"4월 결혼식 앞둔 내 딸, 모더나 맞고 15일만에 사망했습니다">(중앙일보, 113만8988 PV, 11월30일·12월1일), <백신 접종 믿고 마스크 벗고 놀던 英…석 달 만에 '충격'>(한국경제, 113만2525 PV, 6월12·13일)이었다. 상위 50위 기사로 확장할 경우 백신 접종 후 취해야 할 조치나 이상반응 시 대응, 궁금증 해소, 백신별 정보 제공 등으로 순위권에 든 뉴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이런 식이었다.

백신 종류별 보도 건수는 각 백신 접종자 수 순위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에 따르면 백신별 누적 2차 접종자는 화이자 2486만3268명, 아스트라제네카 1110만190명(교차접종 약 179만명 포함), 모더나 672만9596명(교차접종 약 10만명 포함) 등이었는데 백신 종류별 보도 건수도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얀센 순이었다. 다만 백신 종류에 따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 시기에도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백신별 보도 건수는 월별로 차이가 컸다. 지난해 1~6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보도가 많았다면 이후 화이자, 모더나 접종이 시작되며 보도 수가 급증한 식이다. 특히 지난해 연초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와 맞지 않고, 특정 백신이 특정 부작용과 충분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거의 없던 터 별다른 과학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언론이 반성할 지점으로 꼽혀왔다. 본격적인 국민 백신 접종과 함께 나온 ‘아스트라제네카 논란’은 ‘백신을 골라 맞아야 한다’는 인상을 일반 국민들에게 남긴 연원일 수도 있다.

백신 종류별 보도 건수(왼쪽)와 PV 지난해 월별 추이.

◇‘국민청원 받아쓰기’로 전하는 ‘백신 맞고 사망’ 뉴스 개선 절실
코로나 보도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해 온 백신보도에서 가장 문제적인 기사 종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복붙’해서 쓰는 경우다. 여기 올라온 청원인의 사연은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재난을 함께 겪는 구성원의 이야기로서 함께 슬퍼하고 애도해야 할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작 다수 언론이 이를 뉴스화 하는 방식은 방역정책과 공동체의 연대 등 어느 측면에서도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백신보도에서 ‘사망’ ‘숨져’ 등의 키워드를 제목에 포함한 기사 2200여건을 추려 일간 PV 상위 뉴스 100건을 살펴본 결과 10위 내에서만 총 4건이 청와대 국민청원 발 기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맞고 사망’ 기사 중 가장 높은 PV를 기록한 뉴스는 <"4월 결혼식 앞둔 내 딸, 모더나 맞고 15일만에 사망했습니다">(중앙일보, 일간 91만8335 PV, 11월30일)였다. 6위 <"피 토하고 쓰러졌다" 40대 모더나 접종 나흘만에 숨져>(서울경제, 57만5463 PV, 10월13일), 7위 <"멀쩡하던 어머니·외삼촌, 화이자 접종뒤 같은날 숨졌다">(중앙일보, 57만2978 PV, 6월1일), 10위 <"어머니 호흡기 뺐다" 화이자 맞고 백혈병 사망에 아들 통곡>(중앙일보, 53만8301 PV, 12월12일) 기사 등이 모두 청와대 국민청원을 별다른 검증이나 추가 취재 없이 그대로 옮긴 경우였다. PV 100위 내에선 총 33건이 이 같은 부류였는데 중앙일보 8건, 파이낸셜뉴스 6건, 서울경제 5건, 아시아경제와 머니투데이, 세계일보, 뉴스1 등이 각 2건이었다.

백신 부작용 관련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백신 부작용을 다룬 임상실험 논문이나 연구 등 다른 어떤 재난보다도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을 최소한의 취재 없이 기사화 하는 데 대한 지적이다. 백신접종 이후 가족이나 지인을 갑자기 잃은 이들로선 과학적 근거나 인과성과 무관하게 이를 백신에 따른 피해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느낄 슬픔은 충분히 얘기되고 공감돼 마땅하지만 언론이 이를 별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일은 무책임한 일이다. 공동체 전체의 이득과 관련된 방역의 측면에서 청원인의 주장은 비전문가의 생각일 뿐인데 이를 여러 언론이 수차례 연중 내내 반복, 수천 건의 보도로 내놓으며 백신에 대한 공포감을 양산할 뿐이기 때문이다. 백신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단순히 옮기기만 할 때 백신의 부작용은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접종을 거부하는 국민을 만들 뿐이다.


이들 보도가 코로나19란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공동체 구성원들을 애도하는 효과를 낸다고 보기도 어렵다. 통상 청원 발 보도는 ‘어디 사는 특정 연령대의 사람이 백신을 맞고 죽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사연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기사화하는 방식으로 쓰이는데 이런 글이 읽는 이들에게 애도의 정서를 남기긴 거의 불가능하다. 코로나로 곁을 떠난 한 개인의 삶과 이야기를 정말 발굴하고 애도하고자 했다면 별도의 코너를 만들거나 인터뷰를 진행해도 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청원 발 뉴스는 그렇게 쓰이지 않았다.

◇팬데믹 2년, 여전히 ‘사건사고 보도관행’에 갇힌 백신사망 보도
‘백신 맞고 사망’ 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언론사의 관행과 밀접하다. 공공기관이나 통신사 뉴스를 통해 사건사고 형태로 생산되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보도는 앞서 ‘사망’ ‘숨져’ 등 키워드를 포함한 백신보도 일간 PV 상위 100건의 뉴스 중 32건이 해당됐다. 예컨대 위 기사 목록 중 일간 PV 3위를 기록한 <화이자 믿을 수 있다면서...건강했던 30대 수영선수 화이자 맞고 사망>(파이낸셜뉴스, 일간 64만6222 PV, 8월4일) 기사가 대표적인데 이는 8월3·4일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등 통신사가 먼저 썼고, 이후 “전남 순천시 등에 따르면”이란 출처 등을 기사에 언급한 채 양일 간 30여개 매체에서 유통됐다.


해당 뉴스들은 전형적인 기관발 사건사고 뉴스 형식을 띤다. 기사내용을 보면 전국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권역 내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한 건이 발생했을 때 관련 정보를 배포했고 이에 따라 일부 언론사, 통신사가 먼저 기사화를 했으며, 이후 타 매체가 온라인 기사 등으로 곧장 받아쓰거나 사건 경위, 유족의 주장 등을 추가 취재해 덧붙이는 식이었다.


일반적인 사건사고 취재 방식에선 전혀 문제가 없는 방식이지만 이는 코로나19, 특히 백신 접종 부작용을 다룬 보도로선 매우 문제적이다. 해당 기사들은 ‘어떤 지역에서 어떤 백신을 접종한 누군가 사망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 발견 경위와 백신 접종 후 증상을 설명한 후 말미에 방역당국·지자체 관계자의 ‘사망과 백신 접종의 인과관계, 기저질환 여부를 조사 중’이란 코멘트를 붙이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이는 백신접종과 사망 사이 마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듯 혼동케 하는 효과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온라인 뉴스 담당자 입장에선 받아쓰기에 어려움이 없는데다 추가 취재도 거의 필요 없고, 외양상 익숙한 사건사고 보도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는 탓에 손쉽게 생산돼 널리 읽혀온 게 현실이다. 예컨대 PV 순위 18위에 오른 <대구서 얀센 백신 접종 30대 사흘만에 사망(종합)>(연합뉴스, 일간 46만5376 PV, 6월13일) 기사의 경우 대구시 등을 출처로 매일신문이 가장 먼저 뉴스를 네이버에 송고했다. 얀센 접종 후 첫 사망 사례로 조명받으며 이후 통신사 등이 받아쓴 끝에 이틀여 간 110여개 매체에서 다루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취재에 매진해 온 김연희 시사IN 기자는 이에 대해 “팩트가 거짓이냐고 한다면 거짓은 아닐 거다. 그런데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후관계인 사안을 그렇게 전할 때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백신 부작용과 사건사고 보도의 죽음은 성격이 다르고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다른데 이 질적 성격 차이를 아직도 소화하지 못 하고 있는 듯하다. 팬데믹이 겪어본 적 없는 일이라면 새로운 접근법이 나와야 하는데 출입기자가 썼던 관행대로 쓰는 것”이라며 “코로나19가 터진 지 2년이 됐는데 여전히 언론사들이 하던 대로 한다는 점에서 답답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병청이 주무부서이니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가 담당하고, 과학 기사가 중요해진 시점이지만 과학전문기자는 과기정통부를 출입하는 출입처 시스템 아래 코로나 보도를 소화하기도 어려운 현실. 이에 전문성 있는 보도는 어렵고, 보건복지부 기자들은 소진돼 다른 부서로 발령나기만을 바라는 모습은 팬데믹 2년을 겪은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우수하면서도 대중적인 과학보도로 두각을 나타난 뉴욕타임스(NYT)의 행보와 아주 정확히 대비되는 행보다. NYT는 코로나 발발 초기 기존 부서 간 벽을 흐리는 뉴스룸 개편을 단행했다. 패션기사를 쓰는 스타일팀, 속보 기사를 전하는 익스프레스팀을 코로나19 이슈를 담당하던 메트로 데스크(대도시 사건사고 취재부서) 아래에 놓고, 스포츠팀과 문화팀은 ‘인터내셔널 코로나19 라이브 브리핑’을 담당케 한 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엔 ‘팬데믹이 역사에 남을 ’빅 스토리‘이고, 대중이 이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 뉴스 조직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판단이 전제됐다. 모두가 과학 기자를 줄일 때 오히려 늘렸던 NYT의 방식 등은 국내 현실에서 쉽지 않다. 다만 지난 2년 간 국내 언론이 감행할 수 있는 선에서라도 얼마만큼의 변화를 시도했는지 의문은 남는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중단한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백신접종 QR코드 인증을 위해 마련된 휴대기기가 꺼져 있다. 식당과 카페, 유흥시설 등 11종에 적용하던 방역패스가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잠정 중단됐다. (뉴시스)

네이버에서 많이 읽힌 백신보도들은 디지털 대응의 측면에서 일상적으로 쉽게 생산되는 보도들의 품질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신종 감염병이란 특수 상황에서도 국내 언론들의 행태는 이용자의 관심을 명분으로 소위 포털용 기사를 양산해 오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앞선 '국민청원 받아쓰기'나 '사건사고 보도식 처리'처럼, 한두 건의 아주 좋거나 나쁜 백신보도보다 일상적으로 지속 반복되는 다수의 평균적인 나쁜 뉴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소지가 크다. 이 같은 보도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높고 실제 일반 국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미비했던 것 아니냐는 항변은 가능하다. 다만 큰 위험에 노출된 800만~900만명의 미접종자가 여전히 존재하고 여기 일정 부분 언론이 미친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는 반성적으로 돌아볼 지점이다.

오미크론 변이 출현, 확산과 더불어 더 이상 ‘방역 완화가 맞는지, 강화가 맞는지’ 수준의 논쟁은 무의미해진 상황인데도 코로나19 발발 초기 대응 방식을 여전히 고수한 언론보도 전반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강력한 방역으로 우리 사회에 구축된 코로나에 대한 인식과 사고방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을 가로막는 측면이 강한 만큼 이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언론의 역할이 절실하다. 앞선 과실을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 대응의 전기라 할 현 시점에 언론의 변화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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