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불어닥친 원격의료 바람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특파원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특파원

테크 업계의 새해로 불리는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2의 트렌드를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삶’이다. 2021년에는 공급망 논란에 모든 기술들의 뿌리가 되는 ‘요소기술(elementary technology)’이 주목을 받았다면,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지속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라이프 테크들이 급부상했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와 8년째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테크 콘텐츠 기업 스토리테크의 로리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삶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3대 라이프 테크로는 푸드테크·애그테크(AgTech)·헬스케어를 꼽을 수 있다. 먹고 마시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행위를 지원해 주는 기술들이다. 특히 올해 헬스케어 영역에선 원격화, 빅데이터화, 인공지능화라는 거대한 물결이 넘실댔다. CES 2020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웰리시스는 심전도 측정기인 ‘S-Patch Cardio’를 선보였는데 9g에 불과한 초경량 센서를 가슴 부위에 부착하면 클라우드 서버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정확한 심전도 데이터를 의료진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호흡기 진단 솔루션으로 CES 혁신상을 받은 인트인 휴대용 장치에 각종 진단·치료 도구를 모듈 타입으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제품을 내놓았다. 집에서도 손쉽게 원격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상태를 확인하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상태를 파악하고 의사에게 치료 처방을 원격으로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또 오울렛랩은 신생아 모니터링을 위한 스마트 양말을 내놓았는데, 양말만 신는 것만으로 맥박을 측정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케어기버 스마트 솔루션은 노인들의 이상 유무를 감지하는 스마트 센서를 선보였는데, 집안 곳곳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온도와 습도는 물론 노인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 간병인이나 자녀들에게 안내하도록 했다. 이밖에 콜게이트는 양치 습관을 알려주는 스마트 전동 칫솔 ‘험’을, 시나스프라이트는 원격 정신 건강 테스트기를 각각 선보였다. 또 헬스케어 업체 애보트는 5mm 길이 바늘이 달린 원격 패치인 ‘링고’를 통해 식이 요법, 케톤 수치, 혈당 수치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물결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NEA를 이끄는 조슈아 마코어 스페셜 파트너는 향후 헬스케어 영역에 세 가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융복합이 활발해지고 혁신 속도가 더 빨라지며 많은 의료서비스들이 원격으로 제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헬스, 바이오테크, 진단의학, 의료기기, 서비스 간 융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사람들은 더 많은 혁신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 생명과학 영역에서 혁신이 가장 탄생하기 좋은 시기이며 향후 10년간 새로운 혁신들이 대거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헬스케어 혁신들을 잉태하기 어려운 토양이다. 정부가 올해는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원격의료는 아직까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만 통용되고 있다. 일부에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격의료는 곧 의료 영리화, 산업화이며 오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기조연설을 한 애보트의 로버트 포드 회장은 “지금껏 그랬듯이 신약, 백신, 진단을 위한 방법 등 기술은 항상 의료 분야의 발전을 촉진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라이프 테크의 부상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떠한 기술들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절대 다수가 이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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