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MBC', 전 지역사 권역별 합병 후 본사 통합할 듯

강원·제주·세종 등 일부 지역사는 권역 합병 없다는 기존 방침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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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해 5월 전국 16개 지역MBC를 순회하며 메가MBC 프로젝트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MBC경남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는 박 사장 모습.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MBC의 전국 광역화 계획인 ‘ONE MBC’(원 MBC)가 모든 지역사를 권역별로 1차 합병하고 이후 본사와 통합하는 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 MBC는 권역 합병 없이 곧장 본사와 합친다는 당초 방침이 변경된 것이다. 합병 자체에 대해 지역사에선 찬성한다는 투표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권역별·사별 사정에 따른 입장차는 여전하고 소주주 지분처리, 대통령 선거결과 같은 변수가 예상되며 진행 전반이 신중해진 모양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MBC는 지난해 말과 연초 권역별 TF운영, 법률적 검토 등을 통해 강원권 등에 대해서도 ‘메가MBC’란 중간단계를 거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춘천·강원영동·원주 등 강원권 지역 3사가 우선 통합 단일법인을 만들고 추후 본사와 합병하는 식이다. 제주, 세종 권역 MBC도 유사한 단계를 거칠 공산이 크다. 종국에 모든 지역사를 본사와 단일 조직화한다는 ‘원 MBC’ 방향엔 변함이 없지만 결국 모든 지역사가 ‘메가MBC’란 권역별 통합 후 본사와 합병되는 수순을 거칠 소지가 커졌다.


앞서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해 지역과 본사 정책설명회 등에서 ‘메가MBC’를 거친 ‘원 MBC’ 추진 계획을 드러내며 여건상 모든 지역사를 한번에 본사와 통합하긴 어려우니 중간단계를 거치되 일부는 우선 본사와 합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전국 16개 지역MBC를 강원권(춘천·강원영동·원주), 호남권(여수·목포·광주·전주), 영남권 경상남도(부산·울산·경남), 영남권 경상북도(대구·안동·포항), MBC세종(대전·충북), 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계획을 제시했고, 이 중 강원권과 MBC세종, 제주MBC가 곧장 본사와 합치는 곳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계획이 수정된 이유론 합병 관련 실무와 협상 추진 시 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 나온다. MBC 한 관계자는 “메가MBC 단계를 거치는 게 법에 맞고 무리수가 안 따른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합병이 실제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들 발언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판단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안 성격상 방통위와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권역별 통합을 통해 방통위와 협상 과정을 최소화하고 지역 MBC 소주주 지분을 우선 처리하게 돼 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역 MBC 간 합병은 헌법재판소 판례 등에 따라 무리가 없지만 서울과 지역 MBC 간 합병은 방송법 등에 비춰 방통위가 어떻게 판단할지 의문이 남아있다. 차후 대선결과가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사들에선 합병에 대한 찬반 투표결과가 나오며 지역 MBC 구성원들의 찬성 총의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올해 초 구성원 또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MBC강원영동에선 약 60%, 원주MBC 약 96%, 춘천MBC 약 80%, 제주MBC 약 95%, 대전MBC 약 60%, MBC충북 약 90%의 찬성 의사가 나왔다. 투표를 마친 만큼 이들 지역사에선 본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권혁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원주지부장은 “본사가 소주주 지분정리 방법부터 찾지 않을까 싶다”며 “얼마나 걸릴진 모르지만 강원 3사 통합 후 본사 합병하는 순으로 갈 텐데 무엇보다 지역성 유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임용순 충주지부장은 “이젠 대주주의 시간으로 넘어갔다고 본다”며 “국회 세종의사당 추진일정에 맞춰 추진한다고 하는데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됐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타 지역 대부분에선 아직 구체적인 투표계획이 없거나 권역별·사별 사정에 따라 입장차가 여전하다. 김관중 전주지부장은 “호남권에 묶여 논의를 해왔는데 영남권이 경남·경북으로 나뉜 만큼 이쪽도 전남·전북으로 하는 게 맞다고 보고 일단은 논의에서 빠져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원 MBC로 곧장 가면 괜찮지만 메가MBC를 거치는 덴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합병이 실행되는 단계가 가까워질수록 소주주 지분처리 등 난관도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진 지역사는 16개 지역사 중 MBC강원영동, 춘천MBC, 광주MBC, 울산MBC 등 4개사 뿐이다. 이에 원주MBC 소주주 지분처리와 강원권 3사 통합에 대해 본사 사측과 지역사 구성원들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다.


윤태호 대구지부장은 “정기적으로 3사가 모여 논의는 하지만 관망하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메가MBC 단계에서 멈출까 고민되는 거고, 실제 메가MBC를 거쳐 통합될 경우 주식매수청구로 소액주주에게 약 1000억원을 내줘야 하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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