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김우주, 50위 안에… SNS 인용·특정 전문가 편중

[누구의 목소리가 뉴스가 될까] ②언론이 즐겨찾은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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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0위 안엔 교수 두 명도 이름을 올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24위, 3712건)와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47위, 1934건)다. 진 전 교수는 2019년만 해도 인용량이 99건에 불과했지만 2020년 3103건으로 인용량이 31배 뛰었다. 2020년 한 해만 놓고 보면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보다 순위가 높았다.


진 전 교수는 언론사별로 인용량의 격차가 뚜렷했다. 중앙일보(751건), 세계일보(731건), 조선일보(724건), 국민일보·서울신문(451건)에선 진 전 교수의 말을 400건 넘게 인용했지만 같은 종합일간지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26건, 54건만을 인용했다. 김우주 교수의 경우에도 KBS가 김 교수의 말을 217건 인용할 동안 MBC와 SBS는 각각 9건과 7건만을 인용해 방송사간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많이 인용된 발언만 놓고 봤을 때 진 전 교수는 여느 정치인과 그 내용이 다르지 않았다. 김우주 교수 등은 많이 인용된 발언 대부분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 중심이었지만 진 전 교수는 정치 논평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지난 5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에 대해 “가지가지 한다”고 비난한 말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티페미니즘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며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한 말도 그 뒤를 따랐다. “내로남불의 극치”,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생태탕”, “죽창만 안 들었지 인민재판” 등 언론은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을 즐겨 인용했다.


진중권, 김우주 교수 외 언론이 많이 인용한 교수들은 또 있었다.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500건 이상 인용되며 주요 정치인, 공무원 못지않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교수들이 9명이나 됐다. 분야별로 나눠보면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한 교수들이 많았다. 김우주 교수와 함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708건),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651건),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509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492건) 등이 인용량이 많았던 교수 상위 1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뿐만이 아니었다. 대출, 물가 등 관련 정책 및 경제적 변화가 있을 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1520건)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520건)가 언론에 의해 자주 불려나왔다. 외교·국제 문제에 있어선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1050건)가, 부동산 문제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908건)가, 북한 문제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425건)가 자주 인용됐다. 분석 기간을 고려하면 이들 교수는 많게는 하루에 네 번, 적게는 이틀에 한 번 정도 언론에 인용됐다.


주요 정치인과 외교 인사, 공무원은 그 직책과 상징성 때문에 언론이 자주 인용했다 치더라도 여러 전문가 중 한 직군인 교수, 그 중에서도 특정 교수에게 인용이 몰린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부 교수들은 업계 전반적으로 실력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언론 응대를 하는 전문가는 더욱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학을 40년 가까이 (공부)했고 실무 일도 같이 했는데, (업계에)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교수들이 많지 않다”며 “아무래도 정책이 시장과 괴리가 생기거나 시장이 왜곡될 때는 기자들이 이론과 실무가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도 “제 분야가 현실 경제랑 가까운 데다 저는 매일 경제 현상을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그러니까 기자 분들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다른 분들보다 금방 이해를 하고 답을 드리는 게 어렵지 않다. 인터뷰 한다고 돈 받는 것도 아니고 강의료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눠주는 방법이 기자 분들이 연락 왔을 때 답변을 드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일종의) 퍼블릭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언론의 전문가 선택과 인용 관행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교수의 엉뚱한 이야기가 기사에 실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교수는 “인터뷰하면 안 되는 분들이 인용되거나 오히려 더 많이 인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는데, 전문가를 선택하는 것은 기자의 자질이나 노력의 부분”이라며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기자 분들이 너무 기사 쓰는 데 쫓기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빨리 통화되는 사람한테 빨리 코멘트 받아서 해결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비애도 느껴지는데, 포털 환경이나 언론의 속성도 좌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10개 일간지, 9개 방송사 기사 수집·분석

기자협회보는 발언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의 기사를 수집했다. 언론사와 분야(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기사제목, 보도일자, 발언자와 발언 내용, 핵심 단어를 기사에서 추출했고 이를 토대로 분야별, 시기별, 언론사별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등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수집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10개 종합일간지와 KBS MBC SBS YTN 연합뉴스TV 채널A JTBC MBN TV조선 9개 방송사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한국일보(2020년 3월11일부터) JTBC(2020년 10월11일부터) 연합뉴스TV·채널A·MBN(2020년 12월9일부터) TV조선(2020년 12월21일부터) 6개 언론사는 스피치로그에서 보유한 기간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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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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