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우월적 지위

[컴퓨터를 켜며] 김달아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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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담당인 내가 관련 기사에 수없이 쓴 문구다. 많이들 알다시피 연합뉴스는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기간’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얻었다. 담당 기자로서 그 지위를 확인하는 순간은 연합뉴스 이슈를 기사화하거나 네이버 PC 화면에 있던 연합뉴스 전용 한 줄 속보창을 볼 때였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우월한 지위는 최근에서야 체감할 수 있었다. 기사형 광고 문제로 포털에서 퇴출이 결정된 이후 연합뉴스의 대응과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서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연합뉴스의 뉴스제휴등급 강등을 발표한 건 지난 12일 금요일 오후였다. 2009년부터 광고기사 2000여건을 일반기사인 것처럼 속여온 문제로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가 탈락한 결과였다. 이날 연합뉴스는 “제평위 결정은 부당하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역할을 전적으로 무시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의 주장은 대선 후보들과 유력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 다음 주 월요일이던 지난 15일부터 각 정당의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대선 후보를 비롯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목소리 큰 정치인들이 연합뉴스의 억울함을 대신 호소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연합뉴스는 이들의 발언에 따옴표를 붙여 기사화했다. 16일 정치인들의 반응을 묶은 <정치권, 연합뉴스 포털 퇴출 반대…“이중제재·언론자유 침해”> 기사에선 “언론·여론 장악으로 대변되는 포털의 권력화와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도 제기, 향후 입법 등 제도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했다. 연합뉴스의 주장이 정치인들을 통해 확산하고 다시 연합뉴스 기사로 이어지는 모습을 두고 언론계에선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달아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제평위 위원을 추천하는 6개 시민단체는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연합뉴스의 행보를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연합뉴스는 정치권을 이용해 본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옹호 발언을 보면 이번 연합뉴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연합뉴스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 차원이나 편집국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을 부추긴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창 바쁜 대선 주자들과 여러 정치인이 당장 입장을 낼만큼 연합뉴스 문제를 주시하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다들 연합뉴스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아니면 그들이 친분 있는 연합뉴스 기자의 부탁을 들어준 걸까. 어떤 과정이었든 결과적으로 연합뉴스의 영향력이 발휘된 것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우월한 지위를 느낀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연합뉴스는 뉴스제휴등급 강등에 불복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법적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연합뉴스가 잃은 신뢰와 평판은 스스로 회복해야 한다. 연합뉴스가 16일 보도한 기사 제목 <우월적 지위 이용한 약관 내밀며 공론장서 언론 내쫓는 포털>처럼 남 탓만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제 정치적 영향력이 아니라, 연합뉴스가 내세우는 공적 역할과 콘텐츠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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