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연정'은 작동할 수 있을까?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관리자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우니온(기민당-기사당)이 이끌던 독일연방의 대연정이 끝나고 이제는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등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에 치러진 연방하원선거 직후 우니온은 자메이카 연정(우니온-녹색당-자민당)을 거론했지만 녹색당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무산되었다. 신호등 연정과 자메이카 연정은 각 정당 고유의 색깔에서 나온 것이다. 신호등 연정은 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으로 구성된 연정을, 자메이카 연정은 기민·기사당(검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으로 구성돼 자메이카 국기를 닮은 연정을 말한다. 자메이카 연정에 대한 녹색당의 부정적인 태도 이후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세 정당은 지난 10월 초 예비협상을 통해 상호견해를 확인하고 10월 말 협상팀을 구성하여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논의 주제는 시민들의 정치참여부터 디지털 혁신, 농업, 환경(기후) 문제 및 복지와 안보 등 22개 분야에 이른다. 하지만 성향이 강한 세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는 만큼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심엔 환경 문제가 있다. 녹색당은 현행 기후 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의무와 감독기준을 강화하고, 빠른 규제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민당과 자민당은 현재의 규제기준에 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녹색당은 연정 협상 과정에서 사민당과 자민당을 압박할 것이라며 당의 지지 세력인 환경 단체에 이해를 구했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환경 문제와 연결된 외교 사안도 있다. 녹색당의 경우 발트해의 송유관 운영을 재고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는데 사민당 측이 이를 강하게 비판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 외도 환경 문제가 포함된 주변국과의 협상, 핵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정당 간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독일 철도인 ‘도이체반’의 운영에 관해서도 녹색당과 자민당은 분할 운영하여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민당은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 그나마 몇 가지는 합의에 이르렀는데, 예를 들면 이번 연방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이 공약했던 최저임금 인상(현재 9.8유로→12유로까지)은 거의 확정되었다. 역시 사민당의 제안인 저소득층 지원정책 개편(현행 ‘하르츠 피어’(Hartz IV) 폐지 후 ‘시민기금’(Bürgergeld) 신설, 현재 월 449유로→480유로)에도 거의 합의된 상태다.


합의에 도달한다 해도 이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기금 조달은 큰 과제로 남는다. 신호등 연정은 디지털 분야와 교육 분야에 투자하길 원하고 사회제도개혁과 환경정책을 적극 추진하려 하는데 이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재무부에선 신호등 연정의 정책 실현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기금을 연간 100~150억 유로 선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협력단체들은 이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자민당의 연방하원선거 공약 중 하나가 ‘부채제동’(Schuldenbremse)정책 강화였던 점을 고려하면 예산 조달은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신호등 연정은 11월 넷째 주에 새로운 내각 구성을 포함한 연정최종합의안을 제출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2월 초에는 현재의 메르켈 총리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다만 세 정당 모두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 않아 일정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출범 전 협상이 더디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혼란 속에 새로운 위기까지 닥쳐왔다. 독일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일 3~6만명 선까지 급증한 것이다. 지난 18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시설이용제한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연방하원에선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왔다. 신호등 연정의 주도로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따른 조치를 가능케 하는 현재의 감염방지법을 폐지하는 결의가 통과되었다. 이는 연방정부나 지역정부가 특정한 코로나 조처를 할 근거가 사라진다는 의미였기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지난 19일 신호등 연정은 전날 취소된 규제들인 통행제한, 마스크 착용의무 등의 조치를 담은, 명칭만 바뀐 감염방지법을 연방의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았다.


항해를 시작하기도 전에 신호등 연정은 벌써 여러 난관에 부닥쳐있는 듯하다. 정책협의에서부터 코로나19 현재 상황까지 말이다. 이러한 신호등 연정의 현 상황을 표현한 ‘차이트’(Zeit)지의 기사 제목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현실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illkommen in der Reäli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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