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점대 받은 연합뉴스, 포털 메인서 사라진다

[핫 이슈] 연합뉴스 '네이버·카카오 콘텐츠제휴 해지' 경과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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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콘텐츠제휴’ 자격을 잃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제재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지난 12일 재평가에서 탈락한 연합뉴스의 제휴 지위를 강등한 결과다. 이제 연합뉴스 콘텐츠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뉴스페이지에 노출되지 않고 검색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연합뉴스는 제평위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제평위가 연합뉴스를 재평가한 건 기사형 광고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기업·지자체의 돈을 받고 쓴 보도자료를 일반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전송(제평위 규정상 부정행위)해 벌점을 받았다. 재평가 대상은 누적 벌점 6점 이상인 매체인데, 연합뉴스의 벌점은 130.2점에 달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지난 2009년부터 이 사업을 해왔지만 제평위가 벌점을 적용한 기간은 올해 3월1일부터 7월7일까지 4개월이었다.


제평위는 지난달 8일부터 한 달간 연합뉴스에 대해 재평가를 진행했다. 제평위는 언론단체, 언론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등 15개 단체가 2명씩 추천한 위원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재평가는 위원 모두가 참여해 정량평가(기사 생산량, 자체기사 비율, 윤리적 실천 의지) 20%와 정성평가(저널리즘 품질, 윤리, 이용자 요소 등) 80% 비중으로 심사해 평균점수를 집계하는 방식이다. 뉴스제휴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콘텐츠제휴사였던 연합뉴스는 재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실제 받아든 점수는 70점대에 그쳤다.


재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연합뉴스의 뉴스제휴 자격은 네이버에선 스탠드로, 카카오에선 검색으로 강등됐다. 제평위가 재평가 탈락을 발표한 지난 12일 양대 포털은 연합뉴스와의 콘텐츠제휴 계약을 해지했다. 오는 18일부터 네이버·카카오 이용자들은 더이상 뉴스영역에서 연합뉴스 콘텐츠를 볼 수 없다. 네이버 PC 첫 화면의 연합뉴스 한 줄 속보창, 네이버 모바일에서 구독자를 모았던 언론사편집판과 기자페이지도 사라진다. 양대 포털이 전재료·광고료 명목으로 해마다 연합뉴스에 지급한 금액은 100억원대로 추산되는데, 콘텐츠제휴 지위를 상실한 연합뉴스는 이 또한 받지 못한다.


연합뉴스가 다시 콘텐츠제휴를 신청하려면 제평위 규정상 계약 해지일(11월12일)부터 1년이 지나야 한다. 심사는 매년 2차례 열리고, 올해 하반기 접수는 11월7일 마감했다. 제평위가 내년에도 비슷한 일정으로 심사를 진행한다면 연합뉴스는 1년 제한 규정에 걸려 2023년에야 제휴 신청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제평위가 자체적으로 구조개편 작업을 하고 있어서 향후 활동 방향과 규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언론사로서 영향력 약화와 100억원대 손실에 직면한 연합뉴스는 이번 사태에 반발이 크다. 같은 기사형 광고 문제로 지난 9월8일부터 10월10일까지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 제재를 받았는데 재평가까지 치러 사실상 포털에서 퇴출하는 건 이중 제재라는 주장이다. 또한 제평위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독자들의 만남을 차단해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재평가 탈락 당일 “32일 노출 중단에 이어 포털 퇴출에 준하는 이번 조치는 언론사의 뉴스서비스 활동을 현저히 침해하는 과도한 결정이자 이중 제재”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은 물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역할을 전적으로 무시한 결정”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노조도 14일 “이중 제재로 볼 수 있는 이번 결정이 정치논리와 언론자본의 이해관계에 휘둘린 결과는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유력 대선 후보들이 동시에 연합뉴스의 주장을 두둔하는 입장을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비교적 중립적인 보도를 위해 노력했다”고 했고, 1시간여 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보 주권을 수호하고 정보 격차 해소와 국민 알 권리 충족을 위한 기능을 수행해왔다”고 했다. 이날 연합뉴스는 서울중앙지법에 네이버와 카카오를 상대로 계약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평가 탈락에 따른 콘텐츠제휴 계약 해지가 양대 포털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 이뤄져 부당하다는 취지다.


연합뉴스의 주장은 정치권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지만 언론계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언론단체 한 관계자는 “정치권을 부추겨 포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후진적인 행위”라며 “저널리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하고도 아직도 반성 안했다. 연합의 이런 언론플레이를 언론계에서 얼마나 신뢰하겠느냐”고 했다. 제평위와 포털을 탓하며 의도를 의심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연합뉴스가 돈을 벌기 위해 뉴스 이용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적발된 것만 해도 2000건이 넘는다. 연합뉴스와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국민의 알 권리’와 동떨어진 데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공적 기능’에도 반하는 행태다.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이자 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도 이를 심각한 문제로 진단했다. 진흥회는 지난 9월30일 공개한 ‘2020년도 연합뉴스 공적기능평가보고서’에서 “(기사형 광고 논란은) 뉴스생태계를 교란하고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매우 중차대한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평가 탈락이 이중 제재라는 문제제기에도 언론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로 받은 벌점 130.2점에 따라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을 겪은 뒤 ‘벌점 6점 이상 매체’에 해당해 재평가 대상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연합뉴스 주장처럼 기사형 광고 문제 하나 때문에 재평가에서 탈락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제평위 안팎의 인식이다.


재평가는 판단 기준과 절차적인 면에서 뉴스제휴 신규 입점 심사와 다르지 않다. 연합뉴스가 속했던 콘텐츠제휴는 2015년 제평위 출범 이후 새로 계약한 매체가 8개에 불과할 정도로 입점 문턱이 높다. 기사형 광고 문제를 포함해, 제평위 구성 전부터 콘텐츠제휴사였던 연합뉴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통과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제평위의 한 현직 위원은 “연합뉴스는 자신들에게만 강한 제재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보통 재평가 대상이 되면 지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연합이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대형 언론사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장시간 논의했다. 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 결과 연합이 통과 점수인 80점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사실관계의 전부”라고 말했다.


언론계는 연합뉴스의 대응을 보며 포털에 종속한 현실을 또 한 번 확인했다. 기사형 광고로 돈벌이를 한 연합뉴스의 잘못도 있지만 저질 저널리즘을 양산하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방치한 포털의 책임도 무겁다.


언론인권센터는 15일 논평을 내고 “마치 포털이 제평위를 통해 연합뉴스의 행위를 제재하며 언론 환경을 바꾸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 포털 사업자도 언론 환경을 망치는 데 일조했다”며 “언론사의 오랜 관행을 왜 지금까지 포털이 방치해왔는지 앞으로 연합뉴스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포털은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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